[바둑아, 나하고 놀자] 수담(手談)

박정원 기자 승인 2023.01.14 13:10 | 최종 수정 2023.02.07 14:58 의견 0


바둑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명칭도 다양하다.

혁(奕), 혁기(奕棋), 위기(圍棋), 난가(爛柯), 수담(手談), 오로(烏露), 하락(河洛), 좌은(坐隱), 흑백(黑白), 목야호(木野狐) 등 여러가지로 불려진다.

이번 시즌부터 양대 리그제를 도입한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두 리그 이름도 '난가리그'와 '수담리그'다.

수담(手談)은 서로 상대하여 말이 없이도 의사가 통한다는 뜻으로, 바둑 또는 바둑 두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 현종 때 '기대조(棋待詔​)'라는 벼슬이 있었는데, 그 벼슬은 왕과 바둑을 두는 자리로 바둑 최고수만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기대조였던 왕적신(王積薪)이 한밤중에 여관에 묵게 되었다. 막 잠에 빠져들 무렵 깜깜한 옆방에서 두 여인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소린가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니 두 사람이 한창 바둑을 두는 소리였다. 동(東)의 5, 남(南)의 9 하는 식으로 서로 좌표를 불러 수(手)를 교환했다.

공격하고 방어하는 대화의 내용으로 보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고수들의 품새였다. 대단한 바둑 고수들이라는 생각에 왕적신은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옆방으로 찾아갔다. 방에 가 보니 바둑판이 없어 물어보니 여인들은 머리와 손으로만 암흑 바둑을 두었다고 했다.

심오한 바둑을 가르쳐 줄 것을 간청하고 두 여인에게 바둑을 배운 왕적신이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사람도 집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이때부터 바둑을 수담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왕적신은 바둑을 두는 10가지 비결인 '위기십결(圍棋十訣)'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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