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라면 오목과 알까기밖에 모르는 생초보입니다.

바둑은 잘 모르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의외로 바둑에서 비롯된 용어가 참 많습니다.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바둑 용어를 살펴보며 이제부터라도 바둑과 좀 친해져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웹툰과 드라마로 유명해진 '미생(未生)'에 대해 알아보죠.

미생(未生)은 말 그대로 '살아 있지 않다'는 뜻으로, 바둑에서 집이나 세력을 만들기 전의 아직 살지 않은 상태이며 그렇다고 죽지도 않은 진행 상태의 돌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완전한 두 집이 나지 않아 생사가 불분명한 돌이죠.

돌이 완전한 삶을 살기 위해선 따로 떨어진 두 집이 필요합니다. 한 집만 있거나 독립된 두 집이 없으면, 단수(單手: 활로가 하나만 남은 상태로, 상대방의 돌이 내 돌을 완전히 둘러싸기 바로 전의 상태)를 당하거나 집 지을 공간이 없어 죽게 됩니다.

바둑은 두 사람이 바둑판 위에 흑, 백의 돌을 교대로 놓으며 집의 크기에 따라 승부를 겨룹니다. 바둑에서 미생(未生)은 완생(完生)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의미합니다.

미생 상태의 돌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양 대국자가 하기 나름입니다. 미생 상태에서 두 집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 사는 것, 즉 완생 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잡히는 것입니다. 미생은 실패가 아니라 아직 덜 살아있는 상태입니다. 완생은 완전하다거나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라 미생보다 더 활성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생의 돌이, 혹은 잡혀있다고 생각한 돌이 다시 살아나 상대의 미생마를 죽이는 일은 바둑에서 아주 흔한 일입니다. 바둑이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여기서도 잘 나타나 있죠. 지금은 미생의 삶이라 생각해도 마지막에는 인생이라는 대국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겨우 두 집 내고 사는 완생과 역전 끝내기의 한 방이 남아있는 미생의 삶,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완생의 삶도, 미생의 삶도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모두 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