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위기구품(圍棋九品) - 소교(小巧)와 용지(用智)

박정원 기자 승인 2022.11.12 20:38 | 최종 수정 2022.11.12 20:47 의견 0

이제 싸움에 대한 투지를 갖춘 3단 투력(鬪力)을 지나 ‘작은 재주지만 기교를 부려보는’ 소교(小巧)에 도달하게 된다.

소교는 작게나마 기교를 부릴 줄 안다는 뜻으로, 프로 기사 4단을 부르는 말이다. 전반적인 큰 변화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지혜를 써서 목적을 달성하는 단계다. 아직 대국 전체를 살피는 안목은 부족하지만 부분적인 대처나 국지전에서는 기술을 구사하면서 바둑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입신(入神)에게 4점을 받는 정도의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멀리 보고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점 더 성숙해지는 때이다.

5단은 용지(用智)라 부른다.

소교의 기교를 바탕으로 지혜도 쓸 줄 알게 되는 시기다. 큰 이득을 위해 작은 손해는 감수하는 궁리도 할 줄 알고, 전술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바둑판 전체를 보는 전략을 구상한다. 승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커서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즐기기도 한다. 입신과 대국 시 3점을 깔고 시작하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요즘에는 큰 의미가 없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상대의 수와 지혜를 보고 자신의 기량을 키우는 것도 큰 수확이다. 잘 두면 잘 두는 대로, 못 두면 못 두는 대로 얻는 것이 있다. 소교도 용지도 모두 다른 사람과의 대국을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실력을 키워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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