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위기구품(圍棋九品) - 좌조(坐照)와 입신(入神)

박정원 기자 승인 2022.11.20 09:39 | 최종 수정 2022.11.20 11:00 의견 0

8단의 별칭은 좌조(坐照)다.

옛말에 '앉아서 천 리, 서서 만 리'라는 게 있다. 마음이 깨끗하고 깊어 조용히 집에 들어 앉아 있어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좌조는 말 그대로 앉아서도 천리를 보듯 바둑을 관조하는 경지로, 바둑의 모든 변화를 한눈에 꿰뚫어 보는 단계다.

앉아서 잠깐 보고도 국면이 훤하게 내다보이고, 대응이 민첩하고 능숙해 손 가는 대로 두어도 이길 수 있다. 절반은 신의 경지에 들어, 애쓰지 않아도 얻으며 텅 빈 것 같아도 잘 대처하는 본령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입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앉아서도 삼라만상의 변화를 내다볼 수 있는 품계에 이른 것이다. 좌조 역시 기재(棋才)를 타고난 일부 선택된 사람들만 도달할 수 있다.

위기구품의 마지막은 입신(入神)이다.

프로 기사 9단의 별칭으로, 바둑이 인간의 지혜와 영역을 벗어나 신(神)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바둑의 기술이 이미 극치에 이르러 변화를 예측할 수 없고 이미 다 알고 있어 심오하다. 싸우지 않고도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어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하니 그 아우라가 대단하다.

계산은 깊으나 기풍이 가벼워 변화무쌍하고 독창적이다. 오래전부터 승부를 초월했고 그 승부가 주는 허무까지 넘어섰다고 하니 가히 달관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바둑 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인 입신은, 현재 한국기원 소속 기사 중 98명이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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