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커배] '질식 바둑'으로 딩하오 완파한 신진서···안성준·박건호와 8강 진출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5.06 21:38 | 최종 수정 2023.05.06 21:43 의견 0

국내 랭킹 1~3위 중 신진서 9단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안성준 9단과 박건호 7단이 쾌승을 거두며 한국은 제1회 란커배 8강에 3명의 선수가 올라갔다. 국내 랭킹 2·3위인 박정환 9단과 변상일 9단은 아쉽게 패했다.

신진서 9단이 까다로운 상대인 동갑내기 딩하오 9단을 이기고 8강에 진출했다. [바둑TV]


6일 오후 12시 반(현지 시간) 중국 저장성 취저우 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제1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 16강전에서 국내 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중국의 딩하오 9단을 165수 만에 흑 불계로 물리쳤다.

신진서 9단과 딩하오 9단의 경기는 16강전 대진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대국이었다. 두 선수가 2000년생으로 동갑내기일 뿐만 아니라, 직전 메이저 세계 대회인 삼성화재배와 LG배를 나눠 가진 타이틀 홀더이기 때문이다.

신진서 9단의 흑번으로 시작한 이날 경기는 중반에 접어들며 신진서 9단이 조금씩 차이를 벌리더니 끝까지 리드를 뺏기지 않고 완승을 거두었다. 신진서 9단은 평소와 다른 두터운 바둑으로 상대에게 조금의 틈이나 숨쉴 공간도 주지 않는 '질식 바둑'을 선보이며 딩하오 9단을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정확한 형세 판단으로 한 번의 전투도 없이 완벽하게 국면을 장악해 나가자 중국 현지에서도 "이런 바둑은 차이는 크지 않지만 해볼 데가 없다. 그래서 더욱 절망적이다"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박건호 7단(왼쪽)과 셰얼하오 9단. 박건호 7단이 상대 전적 2:0을 기록했다. [한국기원]


한국 팀은 박건호 7단이 상대 전적에서 1:0으로 앞서던 셰얼하오 9단에게 21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첫 승전보를 전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박정환 9단과 변상일 9단이 각각 구쯔하오 9단과 왕싱하오 8단에게 패하며 한국 선수단에 아쉬움과 불안함이 감돌았다.

안성준 9단(왼쪽)과 타오신란 9단. 한국 선수 중 가장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한국기원]


그러나 마지막에 안성준 9단이 중국의 타오신란 9단을 물리치며 16강 진출 5명 중 3명이 생존하는 성과를 올렸다. 안성준 9단은 중반까지 불리한 싸움을 이어가다 우변에서 연속해서 두 번의 패싸움에서 이기며 일거에 승기를 잡고 이겼다.

중국은 구쯔하오 9단 등 총 5명이 8강에 진출했다. 32강전에서 커제 9단을 꺾으며 이변을 낳았던 대만의 라이쥔푸 8단은 중국의 탄샤오 9단에게 패했고, 지난 춘란배 4강에서 신진서 9단을 상대로 치팅 논란을 일으켰던 리쉬안하오 9단 역시 탈락했다.

이로서 8강전은 한국 3명, 중국 5명의 대결로 압축됐다. 대국 종료 후 열린 대진 추첨에서 신진서 9단은 북미 대표와 장웨이제 9단을 꺾고 올라온 중국의 리웨이칭 9단과 대결을 벌인다. 안성준 9단은 박정환 9단을 누른 구쯔하오 9단, 그리고 박건호 7단은 변상일 9단을 꺾은 왕싱하오 8단과 대리 설욕전을 겸한 8강전을 벌인다.

8강전은 하루 휴식을 가진 후 8일 오후 12시 반(현지 시간)부터 중국 저장성 취저우시 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다.

제1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의 우승 상금은 180만 위안(한화 약 3억5천만 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60만 위안(한화 약 1억1500만 원)이다. 중국 바둑 규칙을 적용해 덤은 7집 반이며,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8강에 진출한 선수들이 대진 추첨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건호 7단(오른쪽 두 번째), 신진서 9단(오른쪽 세 번째), 안성준 9단(오른쪽 다섯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한국기원]


◆ 제1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 8강전 대진(괄호 안은 앞 선수 기준 상대 전적)

신진서 9단 vs 리웨이칭 9단 (3:1)

안성준 9단 vs 구쯔하오 9단 (0:1)

박건호 7단 vs 왕싱하오 8단 (1:0)

탄샤오 9단 vs 렌샤오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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