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커배] '29연승·700승' 신진서, 결승 진출···박건호 석패, 한국선수간 결승 무산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5.09 20:40 | 최종 수정 2023.05.09 20:42 의견 0

중국 바둑의 심장부에서 한국 선수끼리의 결승이 기대됐지만, 마지막 순간 무산되고 말았다. 신진서 9단은 무난히 결승에 진출했고, 박건호 7단은 아깝게 탈락했다.

29연승으로 700승을 올린 신진서 9단. 4강전에서 낙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해 란커배 초대 챔프를 노리게 됐다. [한국기원]


9일 중국 저장(浙江)성 취저우(衢州)시 취저우 국제바둑문화교류센터에서 열린 제1회 취저우 란커(欄柯)배 세계바둑오픈전 4강에서 신진서 9단이 중국 탄샤오 9단에 20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8강전에서 리웨이칭 9단에게 초반에 실수가 겹치며 고전했던 신진서 9단은 탄샤오 9단에게는 초반 하변 변화에서 주도권을 잡은 후 계속 앞서 갔다. 탄샤오 9단에게 이렇다할 추격의 기회를 주지 않고 안정적으로 반면을 운영하던 신진서 9단은 후반 우상변에서 백 6점을 잡으며 99%까지 승률 그래프를 높였다. 이후 탄샤오 9단이 40여 수 가량 더 두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신진서 9단(왼쪽)과 탄샤오 9단의 4강전 모습. [한국기원]


신진서 9단은 이날 승리로 통산 700승을 올렸고, 29연승으로 개인 통산 최다 연승 기록도 경신했다. 통산 성적은 897전 700승 1무 196패이며, 승률은 78.12%이다. 승률은 2000년부터 계속 80%를 상회하고 있다.

신진서 9단은 “오늘 대국은 초반에 잘 풀려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며 “힘들게 결승에 올라와 우승해야 할 것 같다. 구쯔하오 9단과 대결을 잘 준비해 우승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첫 메이저 세계 대회 결승을 노렸던 박건호 7단이 승리 일보 직전에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세계 대회 세 번째 도전 만에 첫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기원]


한편 박건호 7단은 중국 구쯔하오 9단에게 271수 만에 백 불계패하며 첫 세계 대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박건호 7단은 중반까지 구쯔하오 9단과 리드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후반 들어 박건호 7단이 우변에 건너 붙였을 때, 구쯔하오 9단이 같이 우하에 건너 붙인 수(흑 141)가 실착이었다. 박건호 7단이 이 흑 한 점을 잡고 우하귀를 깨끗하게 집으로 만들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마무리만 잘하면 박건호 7단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시점이었다. 이때 구쯔하오 9단이 흑 165로 하변 백 대마를 잡으러 가는 승부수를 던졌다. 좌하귀에서 대마 사활이 걸린 패가 생겼지만 백의 팻감이 많아 박건호 7단의 우세는 변함 없었다.

그러나 흑이 상변에 팻감을 썼을 때 받지 않고 패를 해소한 것이 실수였다. 흑이 빈삼각으로 연결하는 수를 보지 못한 것. 이로 인해 우상 백 4점이 잡히면서 승부는 극히 미세해졌다. 반집을 다투는 끝내기 승부에서 박건호 7단이 백 224의 패착을 두면서 한 집 이상 차이가 벌어졌고, 이것으로 승부가 끝났다.

제1회 취저우 란커배 결승에 진출한 신진서 9단(왼쪽)과 구쯔하오 9단. 2월 24일 농심배 최종국 이후 3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한국기원]


이로서 란커배 초대 우승은 신진서 9단과 구쯔하오 9단의 대결로 가려지게 됐다. 결승은 3번기로 진행되며, 다음달 14일 결승 1국을 시작으로 16일 결승 2국, 1대1 동률이 될 경우 17일에 최종국이 펼쳐진다. 상대 전적은 신진서 9단이 6승 4패로 앞서 있고, 2020년 9월 이후 3연승 중이다. 가장 최근의 대국은 2월 24일 농심배 최종국이며, 신진서 9단이 승리해 한국이 대회 3연패에 성공했다.

제1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의 우승 상금은 180만 위안(약 3억4500만 원)이며, 준우 승상금은 60만 위안(약 1억1500만 원)이다. 중국 바둑 규칙을 적용해 덤은 7집 반이며,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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