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배] "전설이 돌아왔다"··· 이창호, 시니어최강전 완벽한 우승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9.03 20:06 | 최종 수정 2023.09.03 20:09 의견 0

우리가 알던, 세계 바둑을 제패했던 이창호가 돌아왔다. 이창호 9단이 완벽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울산광역시장배 프로시니어 최강전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이창호 9단(오른쪽)이 울산광역시장배 프로시니어 최강전에서 2010년 제53기 국수전 이후 13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기원]


3일 울산광역시 신라스테이 울산 미팅룸에서 열린 울산광역시장배 전국바둑대회 프로시니어 최강전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이 최명훈 9단에게 290수 만에 흑 10집 반 승리를 거두고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오전에 열린 4강전에서 전년도 시니어리그 MVP 출신인 김승준 9단을 제압하고 올라온 이창호 9단은, 역시 4강에서 서봉수 9단을 꺾고 올라온 최명훈 9단을 맞아 초중반까지는 팽팽하게 어울린 접전을 이어 갔다.

그러나 우상변에 침입한 최명훈 9단을 우상귀에서 살려주는 대신 중앙에 두터운 세력을 쌓으며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날 결승의 백미였던 하변 공방에서 이창호 9단이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이창호 9단은 최명훈 9단의 하변 붙임수에 대해, 정확하게 먼저 하변을 두텁게 정리한 후 흑 151·153의 노림수로 백 대마의 삶을 강요했다. 하변 백은 연결해 살았지만, 이창호 9단은 백의 약점을 이용해 좌중앙 백 6점을 잡으면서 잡혀있던 흑 4점도 살렸고, 선수로 우상 백 4점을 끊어 잡으며 일거에 차이를 벌렸다.

당황한 최명훈 9단이 추격을 시작했지만 이창호 9단은 이기는 길을 찾아 정확하게 응수했다. 전성기 시절의 경기 운영이었다. 끝까지 리드를 뺏기지 않은 이창호 9단은 2010년 53기 국수전에서 국수전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후 13년 만에 우승 타이틀을 추가했다.

이창호 9단(오른쪽)과 최명훈 9단의 결승 대국 모습. 1975년생으로 동갑인 두 선수는 2009년 명인전 본선 이후 15년 만에 공식 대국을 치렀다. 상대 전적은 이창호 9단이 34승 8패로 훨씬 앞섰다. [한국기원]


2001년 제6회 LG정유배 결승 3번기 이후 22년 만에 결승전에서 만난 두 선수는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멋진 승부를 벌였다. 특히 그동안 각종 기전에서 부진하던 이창호 9단은 이번 대회에서 '왕년의 이창호'가 다시 온 듯한 승부 호흡과 반면 운영을 뽐내면서 다시 한번 부활을 기대하게 했다.

이창호 9단은 “우승을 하게 돼 기쁘지만 내용이 좋지 않아 아쉽다”는 소감을 말했지만, 바둑TV 해설을 맡은 이희성 9단은 “최근 이창호 선수의 바둑 중 가장 훌륭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전성기라해도 무방하다”고 평했다. 더불어 “중반까지 만만치 않은 바둑이었다. 최명훈 선수의 내용도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조우한 두 기사가 후회없이 일전을 벌였다”고 총평했다.

종국 후 열린 시상식에서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은 이창호 9단에게 우승 트로피와 15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준우승을 차지한 최명훈 9단에게는 김철욱 울산광역시체육회장이 트로피와 500만 원의 상금을 시상했다

시상식 후 우승 이창호 9단(왼쪽)과 준우승 최명훈 9단이 기념 촬영을 했다. [한국기원]


한편 울산광역시장배 전국바둑대회에 올해 신설된 프로시니어 최강전에는 한국기원 소속 프로 기사 중 남자 45세 이상(1978년 이전 출생), 여자 40세 이상(1983년 이전 출생)의 선수들이 참가해 예선과 시드 등을 통해 12명이 본선에 올라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렸다.

특히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 등 한국 바둑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던 4대 천왕이 모처럼 모두 참가해 대회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별도로 마련된 결승 대국 검토실 모습. 서봉수 9단(왼쪽)과 조훈현 9단(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한국기원]


울산광역시바둑협회가 주최하고, 한국기원과 울산광역시바둑협회가 공동 주관하며 울산광역시가 후원하는 2023 울산광역시장배 전국바둑대회 프로시니어 최강전은 우승 상금 1500만 원, 준우승 상금 500백만 원이며, 각자 30분에 초읽기 40초 3회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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