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위기십결(圍棋十訣)- 10.세고취화(勢孤取和)

박정원 기자 승인 2024.02.18 14:31 의견 0


위기십결의 마지막은 세고취화(勢孤取和)다.

적진에 고립되어 있을 때는 조화롭게 어울리는 길을 택하라는 뜻이다. 상대의 세력이 강한 곳에서는 일단 스스로를 보강하면서 국면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적진에 홀로 남겨진 돌은 생사를 장담하기가 힘드니 다른 돌들과 연결해서 빨리 안정을 취하라는 것이 세고취화다.

내 형세가 외로우면 빨리 화합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가만히 있다가 전멸당하기보다는 살아남아 뒷날을 도모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버틸 수 있는 상황이면 타협하는 것도 바둑을 이어가는 방법이다.

살다 보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협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불리한 상황에서는 상대와 타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싸우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주식이나 부동산도 마찬가지이다. 하락장에서 매도하게 되면 큰 손해를 보게 될 때는 팔지 말고 버티면서 상황이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바둑 웹툰 '미생'에 세고취화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위험한 곳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뛰어들고 싶은 유혹이 강렬한 것을 외면하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것도 용기다. 순류(順流)에 역류(逆流)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된다. 그러니 나의 흐름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방어 수단이자 공격 수단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가 없는 타협은 없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가능한 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싸움을 마무리 하는 것이 좋다.

세고취화는 위기십결의 아홉 번째 항목인 '피강자보(彼强自保)'와 비슷하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순간의 불편이나 굴욕은 참고 넘기는 것이 진정한 용기고, 현실과의 타협도 때로는 필요하다.

어찌됐는 일단은 살아 있어야 '다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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