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박정환 9단마저 무너졌다. 셰얼하오 9단이 6연승으로 기세를 올리는 가운데 한국은 최종 주자 신진서 9단이 홀로 남아 2차전 마지막 경기에 나서야 하는 궁지에 몰렸다.

박정환 9단(오른쪽)과 셰얼하오 9단의 대국 모습. 중후반까지 팽팽하다가 후반에 들어서며 차이가 벌어졌다. [한국기원]


2일 오후 2시 부산 동래구 호텔농심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7국에서 한국의 박정환 9단이 중국의 셰얼하오 9단에게 246수 만에 백 불계패했다.

4승 4패로 상대 전적에서 호각세를 보이던 두 선수의 대결답게 이날 경기는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으로 흘러갔다. 다만 형세는 셰얼하오 9단이 미세한 차이지만 계속 앞서 가면서 박정환 9단이 추격하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후반 들어 박정환 9단이 중앙의 백 대마를 공격하면서 역전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셰얼하오 9단이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응수를 한 데다 박정환 9단이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면서 타협이 이루어졌고, 다시 백이 차이를 벌려 리드를 잡았다.

형세를 좋지 않다고 본 박정환 9단이 하변에서 넘어가는 큰 자리 대신 좌하 백 모양 깊숙히 두 칸 벌려 뛴 흑 173이 사실상 마지막 패착이 됐다. 셰얼하오 9단이 바로 백 174로 건너 붙인 수로 인해 흑의 행마가 꼬였고, 여기서 많은 손해를 보면서 더 이상 추격할 힘을 잃었다. 246수 끝, 백 불계승.

항상 후반에 강점을 보이던 박정환 9단이 오히려 후반에 흔들리며 첫 승에 실패했다. [한국기원]

농심신라면배에서 6연승 중인 셰얼하오 9단. 5월 6일 란커배애서 박건호 8단에게 패한 이후 외국 선수와 상대해 9연승을 거두고 있다. [한국기원]


셰얼하오 9단은 6연승으로 연승 상금만 4000만 원을 확보했다. 농심신라면배에서는 3연승 시 1000만 원에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씩 연승 상금이 지급된다.

박정환 9단이 패하면서 한국은 마지막 주자인 신진서 9단이 혼자 남게 됐다. 신진서 9단은 22회 대회에서 5연승, 23회 대회에서 4연승, 24회 대회에서 1승으로 3년 연속 한국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농심신라면배는 여섯 번째 출전이며, 초반 2연패 후 10연승을 기록 중이다. 다만 앞으로 신진서 9단이 혼자서 중국과 일본의 6명의 선수들, 특히 중국의 구쯔하오·딩하오·커제 9단과 같은 강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 버거워 보인다.

3일 열리는 본선 8국에는 일본에서 위정치 8단이 셰얼하오 9단의 연승 저지에 나선다. 두 선수는 내일 경기가 첫 대국이다.

검토실 모습 [한국기원]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주)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 시 1000만 원의 연승 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씩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진다.

◆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각국 출전 선수

△ 한국 : 신진서·박정환(1패), 원성진(1패)·변상일(1패) 9단·설현준 8단(1패)

△ 중국 : 커제·구쯔하오·딩하오·자오천위·셰얼하오 9단(6승)

△ 일본 : 이야마 유타 9단·위정치 8단·이치리키 료(1패)·시바노 도라마루(1패)·쉬자위안(1승 1패)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