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신라면배] 인공지능 뛰어넘은 '신공지능'···신진서, 한국에 첫 승 선물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12.04 18:07 | 최종 수정 2023.12.04 18:15 의견 0

한국의 마지막 희망 신진서 9단이 한국에 첫 승을 가져왔다.

'신공지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인공지능도 발견하지 못한 강수로 7연승을 달리던 셰얼하오 9단을 주저앉히고 삼성화재배 패배도 설욕했다.

신진서 9단(오른쪽)과 셰얼하오 9단의 대국 모습 [한국기원]


4일 오후 부산시 동래구 호텔농심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9국에서 신진서 9단이 중국의 셰얼하오 9단을 133수 만에 흑 불계로 물리쳤다.

대국 전 돌을 가린 결과 신진서 9단의 흑번으로 결정됐다. 셰얼하오 9단은 여덟 판째 계속 백을 잡았다. 이번 농심신라면배에서 본선 1국부터 '백번 필승'이 이어지고 있어 긴장감이 돌았지만 신진서 9단에게는 기우였다.

초반부터 상변에서 접전이 벌어졌고, 신진서 9단이 셰얼하오 9단의 흔들기 행마에 잘 대처하면서 조금씩 흐름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셰얼하오 9단의 좌상 백 46의 젖힘이 욕심이었고, 신진서 9단이 흑 51로 호구친 수가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이어 백 1점을 따낸 후 흑 57로 상변의 백 대마의 연결을 끊어 양곤마로 만들면서 신진서 9단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셰얼하오 9단이 좌중앙 백 대마를 살려 나갔지만 신진서 9단이 좌변 백 3점을 잡고 계속 국면을 주도해 갔다.

상변 공방이 일단락된 후 전장은 우변으로 옮겨졌다. 신진서 9단은 흑 91의 두 칸 벌림으로 중앙 흑 대마의 안정과 우변 백 모양을 견제한 후, 셰얼하오 9단이 우변 백 모양을 지키자 흑 101로 붙이고 103으로 호구치는 결정타를 날렸다. 특히 103의 호구 자리는 인공지능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호착이었다.

셰얼하오 9단은 패로 버티며 상변 대마를 살리는 길로 갔지만, 백에게는 이만한 크기의 팻감이 없었다. 자체 팻감 하나를 받아준 신진서 9단은 백이 좌상에 팻감을 쓰자 바로 불청하고 우중앙 흑돌을 살리면서 우상 백 대마를 잡아 버렸다. 셰얼하오 9단도 몇 수 더 두다가 항복을 선언했다.

한국에 첫 승을 가져온 신진서 9단. "부산에 와서 다른 세계 대회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셰얼하오 9단보다는 체력적인 면에서 유리했다”고 말했다. [한국기원]


신진서 9단은 “셰얼하오 9단의 실력을 알고 있어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하고 나왔다. 요즘 한국 바둑이 위기 상황이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내 바둑을 두자고 다짐했고 괜찮은 내용으로 이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신 9단은 “이제 겨우 한 판을 이겼을 뿐이다. 보통의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다섯 판은 둬야하는데 지금 농심신라면배의 남은 판이 다섯 판이다. 세계 대회 첫 판이라는 마음으로 한 판 한 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앞으로 남은 경기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신진서 9단이 승리하면서 한국은 고대하던 첫 승에 성공했고, 농심신라면배 전패 탈락의 위기에서도 벗어났다. 농심신라면배애서 한국이 1승도 건지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막판까지 몰렸지만 끝판왕 신진서 9단이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막았다. 또한 신진서 9단도 삼성화재배에서 당했던 충격 패를 그대로 되갚아 주며 통쾌하게 설욕했다.

셰얼하오 9단이 탈락했지만 여전히 중국은 4명의 선수가 남아 있어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1명씩 남았다.

부산에서의 2차전 일정은 본선 9국으로 종료됐다. 우승팀을 결정하는 마지막 3차전은 상해로 장소를 옮겨 내년 2월 19일 속개된다. 3차전 첫 경기인 본선 10국은 신진서 9단과 일본의 마지막 주자인 이야마 유타 9단이 대결한다. 상대 전적은 신진서 9단이 2승으로 앞서 있다.

22회 대회에서 5연승하며 한국에 우승을 가져다 주었던 신진서 9단이 응씨배를 우승했던 기회의 땅 상해에서 6연승으로 다시 한번 기적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대국 후 복기 장면. (서 있는 왼쪽부터) 홍민표 코치, 원성진 9단, 목진석 감독이 함께 했다. [한국기원]

삼성화재배부터 시작해 농심신라면배까지 오랜 시간 한국에서 대국을 가진 셰얼하오 9단. 해외에서 계속되는 경기로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기원]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주)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 시 1000만 원의 연승 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씩)이 지급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진다.

◆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각국 출전 선수

△ 한국 : 신진서(1승)·박정환(1패)·원성진(1패)·변상일(1패) 9단·설현준 8단(1패)

△ 중국 : 커제·구쯔하오·딩하오·자오천위·셰얼하오(7승 1패) 9단

△ 일본 : 이야마 유타 9단·위정치 8단(1패)·이치리키 료(1패)·시바노 도라마루(1패)·쉬자위안(1승 1패)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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