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신라면배] 이창호를 넘어선 신진서···1승만 더하면 '상하이 신화'가 된다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4.02.22 20:11 | 최종 수정 2024.02.22 21:50 의견 0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신진서 9단이 연일 한국 바둑의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15연승으로 최다 연승 기록을 갈아치운 신진서 9단. 1승만 더하면 끝장 6연승의 새로운 신화를 쓰게 된다. [한국기원]


신진서 9단이 이창호 9단의 최다 연승 기록을 넘어섰다. 신진서 9단이 딩하오 9단을 꺾고 15연승을 기록하며, 극적인 한국의 역전 우승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제 1승만 더하면 '끝장 6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이 만들어진다. 제2의 상하이 대첩이 아닌, 새로운 '상하이 신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22일 오후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13국에서 신진서 9단이 딩하오 9단에게 189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5연승을 거둔 신진서 9단은 22회 대회부터 15연승을 기록해 이창호 9단의 14연승을 넘어선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신진서 9단은 20·21회 대회에서 1패씩을 기록한 후 22회 대회 5연승, 23회 대회 4연승, 24회 대회 1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책임졌다.

신진서 9단(오른쪽)과 딩하오 9단. 상대 전적에서 신진서 9단이 7승 3패로 차이를 벌렸다. [한국기원]


2000년생 동갑내기의 대결은 신진서 9단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신진서 9단은 처음부터 상변 백돌을 압박해 딩하오 9단의 실수(백 48·50)를 이끌내면서 큰 차이로 앞서기 시작했다. 딩하오 9단은 초반 우상 정석에서 허를 찔린 후 이른 압박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예상보다 일찍 승부가 결정될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지만, 신진서 9단이 너무 안전하게 두면서(흑 83·87) 딩하오 9단이 상변 백 대마를 타개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딩하오 9단이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후에도 형세를 반전시킬 만한 수들이 나오지 않으면서 신진서 9단이 큰 차이로 앞섰다. 중반 들어 신진서 9단이 좌상에 이어 하변을 두텁게 정리한 후 흑 123으로 우하변을 잡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딩하오 9단이 추격했지만 신진서 9단이 좌하귀마저 잡아내면서 완벽하게 승리했다.

대국 후 신진서 9단은 “제일 열심히 준비한 포석이 나와 기분 좋게 출발했다. 전투가 어려웠고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형세였지만 그래도 좋다고 판단했다”면서 대국을 돌아봤다. 이어 “중국이라 컨디션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하이가 좋은 도시라서 전혀 문제가 없었고, 내일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쯔하오 9단은 실력 외에도 인품도 훌륭한 선수다. 멋진 승부를 펼쳐보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신진서 9단의 괴력에 중국의 초일류 기사들이 힘도 못쓰고 나가떨어졌다. [한국기원]

초반 상변에서 실족하며 내내 끌려다닌 딩하오 9단 [한국기원]


셰얼하오 9단의 7연승으로 여유가 넘쳤던 중국은 결국 마지막 주자인 구쯔하오 9단까지 나오게 됐다. 자오천위, 커제, 당하오 등 최상위 랭커들이 신진서 9단에게 맥없이 무너지면서 중국의 불안감이 커졌다. 구쯔하오 9단의 부담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제25회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을 결정할 최종국은 23일 오후 3시 신진서 9단과 구쯔하오 9단의 대결로 펼쳐진다. 상대 전적은 신진서 9단이 9승 6패로 앞서지만, 작년 란커배 결승에서의 역전패가 신진서 9단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그간 갑조리그· LG배에서 이긴 신진서 9단은 '끝장 6연승' 신화 창조로 완벽한 설욕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훈현 9단(왼쪽)과 마샤오춘 9단의 대국 모습 [한국기원]


한편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본선 8국에서 '한국바둑의 전설' 조훈현 9단이 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 9단에게 260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명불허전이었다. 조훈현 9단은 특유의 날렵한 행마로 좌하귀를 내주는 대신 중앙을 두텁게 잡으면서 단번에 승기를 잡았다. 이후 마샤오춘 9단이 끈질기게 추격했지만 상변 흑 7점까지 잡고 승부를 끝냈다.

조훈현 9단은 23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본선 9국에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과 대결한다. 상대 전적은 6승 5패로 조금 앞선다.

전혀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낸 조훈현 9단 [한국기원]


(주)농심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 3연승 시 1000만 원의 연승 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진다.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의 우승 상금은 1억8000만 원이다. 본선 3연승 시 500만 원의 연승 상금이 지급되며, 이후 1승 추가 때마다 500만 원이 추가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40분에 초읽기 1분 1회씩이다.

대국 후 복기하고 있는 신진서 9단(왼쪽). 커제 9단(서있는 이)과 위빈 중국 대표팀 감독(오른쪽)이 함께 했다. [한국기원]

중국 팬들에게 사인해 주고 있는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조훈현 9단에게 사인을 받고 있는 중국 팬들 [한국기원]


◆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각국 출전 선수

◇ 한국 : 신진서(5승)·박정환(1패)·변상일(1패)·원성진(1패) 9단, 설현준 8단(1패)

◇ 중국 : 구쯔하오·딩하오(1패)·커제(1패)·자오천위(1패)·셰얼하오(7승 1패) 9단

◇ 일본 : 이야마 유타(1패)·시바노 도라마루(1패)·이치리키 료(1패)·쉬자위안(1승 1패) 9단, 위정치 8단(1패)


◆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각국 출전 선수

◇ 한국 : 유창혁·조훈현(1승)·최규병(2승 1패)·서봉수(1패) 9단

◇ 중국 : 녜웨이핑·마샤오춘(1승 1패)·차오다위안(1패)·류샤오광(2승 1패) 9단

◇ 일본 : 요다 노리모토·다케미야 마사키(1승 1패)·히코사카 나오토(1승 1패)·야마시로 히로시(1패)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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