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신진서였다. 중국의 복병 구쯔하오 9단을 꺾고 한국의 농심신라면배 3연패를 달성했다.
이번에도 신진서가 끝냈다.
박정환 9단이 마지막 라운드 두 경기를 이기면서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한국은 중국의 복병 구쯔하오 9단에게 박정환·변상일 9단이 연이어 무릎을 꿇으며 우승 전선에 이상 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지난 두 대회 연속 끝내기를 담당했던 신진서 9단이 이번에도 마지막에 나와 한국의 3년 연속 우승을 매듭지었다.
신진서 9단의 대국 모습
24일 오후 서울과 베이징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열린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 본선 14국(최종국)에서 신진서 9단이 중국의 구쯔하오 9단에게 20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한국 팀에 우승을 안겼다.
초반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승부는 구쯔하오 9단이 좌변에 흑 65의 승부수를 던지면서 급박하게 전개됐다. 지난 변상일 9단과의 대국에서처럼 3선에 깊숙하게 침투하는 수를 둔 것. 살려는 흑과 잡으려는 백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흑이 91로 중앙으로 뻗으면서 좌중앙 백 4점이 살게 돼 백이 유리해졌다. 그리고 흑 101로 하변 백을 끊었지만, 이 수로 오히려 백이 더욱 편해졌다. 좌변 흑 대마와의 수상전에서 백이 수를 줄이는 효과와 함께 좌하귀 흑돌을 잡을 수 있게 돼 백돌들이 안정됐다. 흑도 좌변에서 살았지만 백도 중앙 흑 2점을 잡아 전혀 불만이 없는 진행이었다. 게다가 백은 좌변 공방 과정에서 좌상변 흑 6점도 잡아 확실하게 승기를 가져갔다.
구쯔하오는 우하변에서 마지막으로 버텼지만, 신진서 9단이 우하변과 우변에서 각각 타개에 성공하면서 한국 팀의 우승을 확정했다.
승리 후 인터뷰하고 있는 신진서 9단.
대국 후 신진서 9단은 "부담이 굉장히 컸다. 연승을 하고 마지막 대국을 했을 때는 조금 덜 했는데, 이번에는 지면 선배 기사들이 잘 해주었던 걸 마지막에 말아먹을 수 있어 굉장히 부담이 컸다. 구쯔하오 선수보다 체력 부담도 적었고 준비 기간도 길어 결국 3대 1로 싸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진서 9단은 “초반은 잘 모르는 변화가 나와 어려웠다. 중반 전투 때 구쯔하오 9단에게 기회가 있었을 것 같은데 상대가 그 기회를 놓치면서 확실히 유리해졌다고 느꼈고, 이후 큰 위기는 없었던 것 같다”는 총평과 함께 “올해는 한국 선수들이 잘해서 안 나가겠구나 싶었다. 출전을 앞두고 1대 1일 상황에서는 자신이 있어 큰 부담 없이 임했다. 선배 기사들이 앞에서 잘 해줘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다 같이 힘을 합쳐 우승까지 하게 돼 기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신진서 9단이 농심신라면배에 처음 나온 것은 2017년 19회부터였다. 첫 경기에서 중국의 당이페이 9단에게 패했고, 2019년 21회 대회때는 중국의 양딩신 9단에게 패하면서 2연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0년 22회 대회부터 끝판왕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의 네 번째 주자로 출전해, 중국 탕웨이싱과의 8국부터 마지막 13국의 커제까지 5연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이어 작년 23회 대회에서는 마지막 주자로 나와 4연승을 거두고 리버스 스윕을 완성하며 한국의 역전 우승을 이끌어 냈다.
최종전이 두어질 대국장 모습. 빈 자리가 주인공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신진서 9단이 대국장에 입장하며 디지털 기기 소지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한국은 강동윤 9단이 초반 4연승, 그리고 박정환 9단이 후반에 2연승을 거두면서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마지막에 중국의 구쯔하오가 분발했지만 신진서 9단이 '끝판왕'의 면모를 과시하며 한국이 3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시상식 선수단 단체 사진. 왼쪽부터 강동윤·박정환·신진서·신민준·변상일 9단.
한·중·일에서 5명의 선수가 출전해 연승제로 우승을 가리는 농심신라면배는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주)농심이 후원한다.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 원의 연승 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씩이 주어진다.
◆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각국 출전 선수 최종 결과
◇ 한국 : 신진서(1승)·변상일(탈락)·박정환(2승 1패, 탈락)·강동윤(4승 1패, 탈락)·신민준 9단(탈락)
◇ 중국 : 구쯔하오(2승 1패, 탈락)·커제(탈락)·롄샤오(1승 1패, 탈락)·퉈자시(탈락)·판팅위 9단(3승 1패, 탈락)
◇ 일본 : 이야마 유타 9단(1승 1패, 탈락), 위정치 8단(탈락), 시바노 도라마루(탈락)·이치리키 료(탈락)·쉬자위안 9단(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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