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윤준상·홍무진의 분전···울산고려아연, 리그 3위로 올라서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3.13 08:14 | 최종 수정 2023.03.13 09:01 의견 0

11일까지 울산고려아연 선수들의 개인 성적은 21승 20패. 20패 중 윤준상 9단이 5패, 홍무진 6단이 6패(4승)로 두 선수가 반 이상을 차지했다. 울산고려아연이 리그 초반의 상승세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진 원인 중 하나였다.

울산고려아연 승리의 주역 윤준상 9단(왼쪽)과 홍무진 6단. 윤준상 9단은 연패에 빠지게 된 첫 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홍무진 6단은 연습 때와 달리 바둑리그 실전에서 긴장을 많이 한 것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바둑TV]


그랬던 두 선수가 힘을 내면서 울산고려아연이 후반기 2연승에 성공했다. 12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인터리그 4라운드 4경기에서 울산고려아연이 대만 보물섬정예를 3:1로 물리쳤다.

이날 단연 눈에 띈 선수는 팀의 4지명 윤준상 9단이었다. 윤준상 9단은 바둑리그 통산 104승을 거둔 베테랑으로, 젊은 선수들이 많은 울산고려아연의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시즌에 들어서자 5연패를 당하면서 개인은 물론 팀도 부담을 많이 느끼던 중이었다.

그러나 윤준상 9단은 이날 보물섬정예의 라이쥔푸 8단을 맞아 치열한 접전 끝에 30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이번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시종 엎치릭뒤치락하던 경기가 마지막에는 라이쥔푸 8단이 조금 앞서며 종국을 맞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끝내기에서 라이쥔푸 8단이 우변에서 패를 결행하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라이쥔푸 8단이 미세한 형세에 우세를 자신하지 못했던 것. 물러섰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괜히 건드려 화근이 됐다. 윤준상 9단은 우변에 이어 하변과 우중앙, 좌중앙에서 연달아 패를 만들며 최대한 버텼고,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신민준 9단이 쉬하오훙 9단에게 19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이날 팀의 첫 승점을 올렸다. 패 싸움 끝에 우상 흑 대마와 좌하 백 대마를 바꿔치기해서 대성공이었다. 박정환 9단에 이어 두 번째로 10승 대열에 합류했다. [바둑TV]


신민준 9단의 주장전 승리와 함께 2:0으로 앞서던 울산고려아연은 믿었던 최정 9단이 대만의 신예 쉬징언 4단에게 지며 위기를 맞았다. 김지석 9단에게 승리하며 가능성을 보였던 2006년생 신예 기사 쉬징언 4단은 최정 9단마저 잡으며 이번 바둑리그를 통해 일본의 후쿠오카 고타로 4단과 함께 무서운 신예로 떠올랐다.

대만의 신예 2006년생 쉬징언 4단. 한국 랭킹 10위와 14위를 꺾었다. 아직은 기복이 있지만 조만간 세계 무대에서도 이름을 볼 수 있을 듯하다. [한국기원]


이날따라 컨디션 난조를 보인 최정 9단은 경기 시작부터 쉬징언 4단에게 밀리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 경기 중반 쉬징언 4단이 형세를 낙관해 느슨하게 두면서 반격의 실마리를 잡기도 했지만, 축을 착각하고 중앙을 끊은 백 128이 패착이 됐다. 쉬징언 4단이 축머리를 활용해 백 1점을 잡고 우상을 뚫고 나오면서 승부의 추가 확실하게 기울어졌다. 이후 쉬징언 4단이 좌하귀를 버리고 우변 백 대마를 모두 잡으며 최정 9단의 항복을 받아 냈다.

비관적인 형세에 놓인 최정 9단이 상심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바둑TV]


울산고려아연은 초반 3연승 이후 1승 6패로 부진하던 홍무진 6단이 젠징팅 6단을 불계로 물리쳐 4국에서 팀의 승리를 결정했다. 유리하게 바둑을 이끌어가던 홍무진 6단이 상변에서 추격을 허용하며 미세한 승부가 됐다. 끝내기에 들어가서 우변에 가장 큰 곳이 있었지만, 젠징팅 6단이 발견하지 못하고 역전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이후 홍무진 6단이 일방적으로 끝내기에서 앞서 가자 젠징팅 6단이 215수에서 돌을 던졌다.

반상 가장 큰 곳이었던 우변의 끝내기 참고도. 백 4점이 잡히지만 실전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실전처럼 흑 165로 옆구리에 붙이는 수단도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했으면 백이 승리할 수 있었다.

실전에서는 백이 위로 붙이는 바람에 홍무진 6단이 옆구리에 붙이는 수단까지 생겨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

텅 빈 대국장. 홍무진 6단이 홀로 남아 마지막 대국을 하고 있는 모습. [바둑TV]


울산고려아연은 귀중한 승점 3점을 획득해 승점 17점(6승 4패)으로 수담리그 3위로 올라섰다. 11일 한국물가정보에 1:3으로 패해 승점을 얻지 못한 수려한합천을 개인 승 1승 차이로 4위로 밀어냈다. 대만 보물섬정예는 승점 7점(2승 7패)으로 난가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2-2023 KB리그는 수요일부터 난가리그 6라운드 일정을 시작한다. 대진은 보물섬정예-셀트리온(15일), Kixx-컴투스타이젬(16일), 포스코케미칼-한국물가정보(17일)의 순서다. 주말에는 인터리그 전반기 마지막 일정으로 셀트리온-바둑메카의정부(18일), 일본기원-Kixx(19일)의 경기가 열린다.

양대 리그로 운영하는 2022-2023 바둑리그 정규 시즌은 각 리그의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1위 팀끼리 챔피언을 가린다. 매 경기의 승점은 4:0 또는 3:1 승리는 3점, 3:2로 승리는 2점, 2:3으로 패하면 1점이 주어진다.

팀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플레이오프 탈락 팀 4000만 원, 준플레이오프 탈락 팀 2000만 원이다. 상금과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 팀에는 1200만 원, 패한 팀에는 600만 원의 대국료를 차등 지급한다(해외 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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