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3연승, 최정 3연패···쏘팔코사놀 엇갈린 초반 행보

신해용 승인 2023.03.14 20:23 | 최종 수정 2023.03.14 20:28 의견 0

후원사 시드로 쏘팔코사놀 본선에 합류하며 강한 의욕을 보였던 최정 9단의 초반 행보가 기대와 달리 저조하다. 반면 1·2기 대회에서 연속 준우승을 거둔 후 작년에 처음 결승 진출이 좌절됐던 박정환 9단은 순조로운 초반 일정을 보내고 있다.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에서 3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정환 9단. 어제(13일) YK건기배에서 변성일 9단에 이어 오늘 최정 9단까지, 난적들에게 연이어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K바둑]


14일 오후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본선 3회전 2경기에서 박정환 9단이 최정 9단을 159수 만에 흑 불계로 물리쳤다.

이날 경기는 최정 9단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원성진·이창석 9단에게 지며 2패를 기록하고 있는 최정 9단은 한 번만 더 지면 사실상 결승행 레이스에서 조기 탈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박정환 9단. 가장 최근 대국이었던 작년 3월 바둑리그에서는 이겼지만 그전까지 6연패를 기록하고 있던 상대였다.

본선 성적의 압박과 상대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몰라도 이날 최정 9단다운 날카로움이 없었다. 박정환 9단의 경기 운영도 완벽했다.

초반 박정환 9단이 우변을 확실하게 정리하며 바둑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국후 복기에서 박정환 9단은 최정 9단이 우변에 어깨를 짚은 백 36이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흑 41로 우변이 정리되면서 흑이 초반 잘 풀렸다는 분석이다.

이후 흑이 좌상귀에서 살아 나와 좌상의 백집을 깨면서 흑의 우세는 분명해졌다. 중앙에서 최정 9단이 흔들기에 나섰지만 박정환 9단의 정확한 응수에 수포로 돌아갔다.

박정환 9단은 우상, 우하, 좌하 등의 실리를 바탕으로 두텁게 두면서 최정 9단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다. 최정 9단이 특별히 실수한 곳은 없었지만 박정환 9단에게 계속 밀리는 경기가 이어졌다.

결국 최정 9단이 백 122로 우상귀에 침투하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박정환 9단은 우선 좌상과 중앙에 걸친 흑 대마의 약점을 보완한 후 우상귀를 지켰다. 우상귀에서 흑은 한 집이 확실히 난 상태.

최정 9단은 백 146으로 일단 끊어 흑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그런데 이 수가 실수였다. 흑이 147로 막으면서 우상 백 대마도 끊겼다. 수상전으로는 흑과 상대가 안 됐다. 최정 9단은 흑 두 점을 끊었지만, 이 돌들이 살아 나가며 백 대마를 살릴 길이 없어졌다. 바둑도 여기서 끝났다.

센코컵 이후 1승 3패를 기록하며 최정 9단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 삼성화재배 이후 보였던 날카로운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K바둑]


"초반에 하변 집이 깔끔하게 들어와서 좋았다. 우하귀에서도 백이 붙여 갈 줄 알았는데 쉽게 어깨를 짚어서 득점을 했다고 생각했다. 중앙이 미지수이긴 했지만 특별히 실수한 게 없어서 좋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박정환 9단의 국후 소감이었다.

박정환 9단은 "2월에는 후반 실수가 문제였다면 3월에는 수읽기 실수가 문제다"라며 "바둑이란 게 정말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정환 9단의 다음 상대는 원성진 9단이다. 상대 전적은 박정환 9단이 앞서 있지만(15:7), 원성진 9단도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어 이 경기가 본선 리그 초반 최대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국 후 복기를 하고 있는 최정 9단(왼쪽)과 박정환 9단. [K바둑]


제4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은 본선 진출자 9명이 풀리그를 벌여 도전자를 결정하고, 타이틀 보유자 신진서 9단과 결승 5번기를 거처 우승자를 가린다.

인포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 방송을 맡은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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