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변상일 9단의 컨디션은 좋지 않다. 최근 10경기 4승 6패다. 5경기로 좁혀 보면 1승 4패로 더 나쁘다. 변상일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바둑리그에서 일본기원의 오니시 루헤이 7단에게 이긴 것을 제외하면 국내 기사끼리의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결과도 안 좋지만 내용이 너무 나빴다. 모두 125수~177수의 단명국으로 끝난 완패였다.
반면 신민준 9단의 최근 기세는 너무 좋다. 최근 10경기 9승 1패다. 200수를 넘긴 대국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일찍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변상일 9단(왼쪽)이 신민준 9단에게 막판 역전승을 거두며 최근의 부진에서 탈출할 계기를 만들었다. 5시간을 훌쩍 넘기며 이어진 접전에서 막판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K바둑]
상반되는 컨디션의 두 기사가 16일 오후 제4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본선 3회전에서 만났다. 변상일 9단은 1승 1패, 신민준 9단은 1라운드를 걸러 1승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 변상일 9단으로서는 2패를 하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최근 상반된 분위기에서 신민준 9단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본인의 바둑 색깔을 회복한 변상일 9단이 막판 기적같은 역전을 이뤄내며 백 1집 반 승리를 거뒀다.
두 선수의 대결은 중반이 지나도록 팽팽했다. 서로 바둑판의 양쪽을 나눠 가진 가운데 중앙이 승부처가 되었다. 좌중앙에 있는 흑돌들이 어떻게 타개되느냐가 관건이었다.
모두 살리는 것이 어려웠던 신민준 9단은 중앙 백 2점을 잡고 우선 좌하쪽만 살렸다. 이어 좌상에서 또다시 타개에 나섰다. 이때 등장한 변상일 9단의 대착각(백 176). 이것으로 바둑이 끝나나 할 때 신민준 9단의 과욕(흑 181)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우여곡절 끝에 상변에 패가 났고, 패의 대가로 신민준 9단이 우하귀를 내주면서 상변 백 대마를 잡았다. 경기 내내 오르락내리락했던 인공 지능 그래프는 흑의 승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백의 유일한 노림이 남아 있었다.
우중앙에 잡혀 있던 백 3점을 빅으로 만드는 것. 이것을 신민준 9단은 몰랐다. 흑 233으로 상변 흑 대마를 중앙과 연결하며 신민준 9단은 승리를 확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수가 패착이 됐다. 변상일 9단이 234수로 가만히 이은 수가 승착. 잡혔던 백 3점이 살아나 '빅'이 됐다. 이것으로 백의 완벽한 역전. 326수까지 갔지만 변상일 9단의 1집 반 역전승.
대국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변상일 9단. 휴번으로 4회전 한 라운드는 대국이 없지만 다른 대국 일정 때문에 쉴 틈이 없다고 전했다. [K바둑]
대국 후 변상일 9단은 "많이 좋았던 때가 있었는데 실수가 많이 나와서 역전 당했다. 운 좋게 이긴 것 같다. 중앙에서 빅이 났을 때 조금 이겼다고 생각했다"고 이날 경기를 정리했다. 이어 "연패를 당하고 있어서 부담이 됐다"면서, 이 경기를 계기로 "컨디션 회복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승부를 떠나 두 선수가 최선을 다한 경기였고, 최고 수준의 기사가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의 바둑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최근 난조를 보이던 변상일 9단이 완벽하게 회복된 모습을 보이며 본선 리그 2승 1패로 한숨을 돌렸고, 신민준 9단은 1승 1패를 기록하게 됐다.
제4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본선 리그는 이번 주로 3회전이 끝났고, 다음 주에 4회전이 속개된다. 대진은 박정환-원성진(15:7, 20일), 신민준-이창석(7:1, 21일), 박건호-최정(2:4, 22일), 박민규-박진솔(4:3, 23일)의 순서다(괄호 안은 상대 전적 및 대국일).
제4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은 본선 진출자 9명이 풀리그를 벌여 도전자를 결정하고, 타이틀 보유자 신진서 9단과 결승 5번기를 거처 우승자를 가린다.
인포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 방송을 맡은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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