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바둑리그] 5시간 55분에 걸친 혈투, '반집'으로 갈리다···한국물가정보 4연승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3.18 08:53 | 최종 수정 2023.03.18 13:54 의견 0

난가리그 1위인 한국물가정보와 3위 팀 포스코케미칼.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은 3점 차. 한번에 따라가기는 어려운 차이였다. 게다가 미리 제출된 오더로 보면 한국물가정보가 절대 유리해 보였다. 한국물가정보는 세 개의 매치에서 상대 전적이 훨씬 앞섰고, 열세인 선수도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예상보다 훨씬 타이트하게 진행됐다.

마치 에이스 결정전을 예언이라도 하듯이 원성진 9단(왼쪽)과 강동윤 9단이 합동 승리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국기원]


에이스 결정전까지 간 경기가 끝난 시간이 다음날 오전 0시 55분. 무박 2일, 5시간 55분이 걸린 리그 역사상 최장 시간 대결 끝에 한국물가정보가 포스코케미칼에게 전반기에 이어 또다시 3:2승리를 거뒀다.

양 팀 주장들이 나섰던 1, 2국은 예상대로 주장들의 승리였다.

한국물가정보의 주장 강동윤 9단은 한상훈 9단을 상대로 낙승을 거두었다. 중반부터 차이를 벌려 큰 힘 들이지 않고 169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었다.

박남규 8단을 대신해 오랜만에 출전한 한상훈 9단(왼쪽). 중반 한때 앞서기도 했지만 강동윤 9단의 적수가 되진 않았다. [한국기원]


포스코케미칼의 주장인 원성진 9단은 강승민 8단에게 고전 끝에 끝내기에서 차이를 벌리며 불계승을 거두었다. 원성진 9단은 초반 실리에서 앞선 후 중앙에 침입해 타개하는 과정에서 역전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하중앙의 백을 잡고 중앙의 흑 대마를 안정시키면서 균형을 맞췄다. 이어 우변에서 기민한 끝내기로 우중앙 백 2점을 잡은 후 상변의 백집을 깨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강승민 8단(왼쪽)과 원성진 9단의 대국 모습. 강승민 8단이 중반까지 잘 어울리다 끝내기에서 무너졌다. [바둑TV]


이날 두 팀 승부의 키를 쥐고 있던 3, 4국은 앞서던 선수들이 모두 역전을 당하면서 1승씩을 나눠 가졌다.

포스코케미칼의 강유택 9단은 상대 전적에서 열세였던(3:7) 조한승 9단에게 끝내기에서 역전하며 25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었다. 조한승 9단은 중앙 상·하에 있는 두 개의 백 대마를 공격하며 우세한 흐름을 이어 갔지만 실속은 많지 않았다. 조한승 9단이 좌하에서 끝내기를 할 때 강유택 9단이 손을 빼고 우상귀에 백 184로 붙여, 흑 1점을 잡고 넘어가는 수가 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포스코케미칼의 4지명 강유택 9단(왼쪽). 조한승 9단에게 역전승을 거두고 7승 3패를 기록했다. 유독 바둑리그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다. [한국기원]


4국에서는 3국과 반대로 한국물가정보의 한승주 9단이 막판 하변에서 수를 내며 한우진 7단에게 1집 반 승리를 거뒀다.

한우진 7단이 초반 판을 너무 잘 짜 한승주 9단이 틈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중반 무렵부터 상중앙 흑 대마를 공격하면서 차이를 좁힌 한승주 9단이 하변에서 수를 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한승주 9단이 백 192로 하변을 들여다볼 때 한우진 7단이 손을 빼고 좌변을 젖혔다. 한 9단은 바로 백 194로 치중하면서 하변 흑 집의 약점을 파고 들었고, 흑 두 점을 잡고 하변 흑 집을 깨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60여 수가 지날 무렵부터 승률이 95%에 달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리드했던 한우진 7단은 한 수를 잘못 두는 바람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패배는 항상 아프다. 특히 질 수 없다고 생각한 경기가 뒤집어졌을 때는 더 아픈 법. 역전패 후 괴로워하고 있는 한우진 7단(오른쪽). [한국기원]


두 팀의 승부는 에이스 결정전까지 갔고, 함께 승리 세리머니를 펼쳐 많은 웃음을 줬던 강동윤 9단과 원성진 9단이 에이스 결정전 리턴 매치를 가졌다. 권투 포즈를 취했던 두 선수의 합동 승리 세리머니가 예언이 된 셈이다.

다음날 새벽 1가 다 되어 '반집'으로 끝난 승부. 원성진 9단(왼쪽)과 강동윤 9단이 치열했던 경기를 복기하고 있다. [한국기원]


결과는 강동윤 9단의 짜릿한 반집 승리. 전반기에 이어 원성진 9단에 에이스 결정전 2연승을 거두었다.

중반까지는 강동윤 9단이 원성진 9단을 압도했다. 평소와 달리 강동윤 9단이 두텁게 두면서 원성진 9단이 변화를 일으킬 곳이 마땅치 않았고, 그렇게 바둑이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원성진 9단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 후반 원성진 9단은 좌변에 깊숙이 승부수를 던졌고(백 142), 이것이 통하면서 상당히 따라잡았다. 그리고 끝내기에서 강동윤 9단이 실수하면서 역전 분위기까지 갔다.

그러나 마지막에 강동윤 9단이 흑 237의 호착으로 선수를 잡아 우상 백 1점을 잡으면서 원성진 9단의 추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제한 시간 1분의 초속기 대국으로 무려 310수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강동윤 9단이 반집을 남기며 팀의 승리를 마무리했다.

이날 승리로 팀 연승 타이 기록인 4연승을 달린 한국물가정보는 승점 22점(7승 3패)으로 난기리그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승점 1점을 추가한 포스코케미칼은 승점 17점(6승 4패)으로 2위 셀트리온과 승점 차이 없는 3위를 유지했다.

대학생 서포터즈들은 이날도 KB리그 현장을 찾았다. 한국물가정보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친 고려대·인하대 연합 회원들. [한국기원]


18일에는 셀트리온과 바둑메카의정부가 인터리그 4라운드 5경기에서 맞선다. 대진은 심재익-김지석(0:1), 최철한-박상진(4:0), 김명훈-설현준(3:2), 송규상-문민종(1:1)의 순서다(괄호 안은 상대 전적).

2022-2023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이다. 사상 첫 양대 리그(난가리그-수담리그)로 운영하는 정규 시즌은 각 리그의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른다. 매 경기의 승점은 4:0 또는 3:1로 승리할 시 3점, 3:2로 승리할 시 2점, 2:3으로 패할 시 1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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