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바둑리그] 정관장천녹, 그 멤버 그대로 원익에 통쾌한 설욕···시즌 최다 6연승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3.23 09:02 의견 0
수담리그 1, 2위인 정관장천녹과 원익이 맞대결을 펼쳤다. 대학생 서포터즈가 응원하는 가운데 대국 개시를 기다리고 있는 양 팀 선수들. [바둑TV]

22일에 열린 2022-2023 KB바둑리그 수담리그 7라운드 첫 경기에서 맞붙은 정관장천녹과 원익.

리그 1, 2위를 달리는 강팀들이지만 이날 대결 전 두 팀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정관장천녹은 팀 최다 연승 타이인 5연승을 달리며 최고의 분위기였던 반면, 원익은 5연승 후 3연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였다.

전반기 대결에서 원익에 0:4의 완봉패를 당했던 정관장천녹은 이날 그때의 오더를 그대로 들고나왔다. 원익도 전반기와 같은 오더를 내면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제대로 된 리벤지 매치가 벌어졌다.

리벤지 매치 결과 정관장천녹이 원익에 3:1로 승리를 거두면서 설욕에 성공했다. 변상일 9단은 그동안의 부진에서 탈출했고, 홍성지 9단과 권효진 5단은 상대 전적의 절대 열세를 딛고 승리를 거둬 두 배의 기쁨을 맛보았다.

첫 승점은 원익의 몫이었다. 이창석 9단이 '새 신랑' 김정현 8단을 166수 만에 백 불계로 꺾었다. 전반기 대결에서 292수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극적으로 반집을 이겼던 이창석 9단은, 이날은 일찌감치 상변에 큰 집을 만들며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19일 결혼 후 신혼 여행도 미루고 출전한 '새신랑' 김정현 8단(오른쪽). 그러나 이창석 9단에게 전반기 패배를 설욕하는 데 실패했다. [한국기원]

정관장천녹의 반격을 이끈 것은 주장 변상일 9단이었다. 이지현 9단과의 주장전에서 한번 잡은 기회를 살려 역전 불계승을 거두었다.

상변에서 너무 강하게 나가면서 손해를 봤던 변상일 9단은 좌변에서 흑의 약점을 이용해 흑집을 깨는 데 성공하면서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다. 이지현 9단이 판세를 뒤집기 위해 강하게 버텼지만 변상일 9단 특유의 전투력으로 상변 흑 대마까지 잡으며 항복을 받아냈다.

대국 후 변상일 9단은 좌상변 흑집에서 수를 낼 때 "정확히 확신은 없었다"며 "상대가 시간이 없는 것을 보고 수를 내러 갔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상일 9단(왼쪽)과 이지현 9단의 주장전 모습. 백홍석 해설 위원은 "흑이 정말 두터운 곳에서 약간의 약점을 만들어낸 다음 강력한 역습을 했고, 거꾸로 잡아버렸다"고 총평했다. [바둑TV]

정관장천녹은 홍성지 9단이 이영구 9단에게 백 불계승을 거두면서 2:1로 리드를 잡았다. 이영구 9단이 중앙 백집을 허무는 데 성공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갔다가 연결이 끊기면서 집을 깨러 들어간 흑돌들이 모두 죽고 말았다.

이영구 9단(오른쪽)이 한 번만 참았으면 됐는데, 잘못된 형세 판단이 패배를 불렀다. 홍성지 9단은 상대 전적에서는 여전히 5승 10패의 열세다. [한국기원]


정관장천녹은 잘나가는 막내 권효진 5단이 천적인 한상조 5단에게 반집을 이기면서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중반부터 확실한 우세를 보이던 권효진 5단은 막판 한상조 5단의 맹렬한 추격에 역전의 위기까지 맞았지만 마지막까지 반집의 리드를 잘 지켜냈다. 권효진 5단은 4연승을 달리며 팀이 선두를 질주하는 데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개인 성적은 6승 3패.

권효진 5단(오른쪽)의 상승세가 멈출 줄을 모른다. 최정 9단을 이긴 후 내리 4연승 중이다. 팀의 막내가 6승을 책임지고 있으니 정관장천녹이 못 나갈 이유가 없다. [바둑TV]


대국 후 인터뷰에서 변상일 9단은 전반기에 만났던 선수와 다시 리턴 매치를 벌인 것에 대해 "부담은 없었고, 편하게 두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권효진 5단은 "초반에 기분 좋게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보면서 "바둑리그에서는 꼭 이기고 싶어 나만의 루틴을 지키면서 긴장을 하지 않으려 한 것"이 좋은 성적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팀 승리의 주역인 정관장천녹 주장 변상일 9단(왼쪽)과 4지명 권효진 5단의 인터뷰 모습. [바둑TV]


정관장천녹은 6연승을 기록하며 승점 23점(9승 2패)으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와의 승점 차이는 5점으로 벌어졌다. 양 리그 통틀어 최다승, 최다 승점, 최다 개인승을 기록하고 있다.

원익은 승점 18점(6승 5패)로 2위를 유지했지만, 한 경기를 덜 치른 울산고려아연에 승점 1점 차로 쫓기게 됐다.

수담리그 팀 순위 [한국기원]


23일에는 바둑메카의정부와 수려한합천이 수담리그 7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이원영-박정환(0:4), 설현준-김진휘(3:3), 김지석-박영훈(11:10), 문민종-유오성(1:1)의 순서다(괄호 안은 상대 전적). 전반기엔 수려한합천이 3:2로 이겼다. 같은 대국자 간 리턴매치는 없다.

2022-2023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이다. 사상 첫 양대 리그(난가리그-수담리그)로 운영하는 정규 시즌은 각 리그의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른다. 매 경기의 승점은 4:0 또는 3:1로 승리할 시 3점, 3:2로 승리할 시 2점, 2:3으로 패할 시 1점이다.

저작권자 ⓒ 바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