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위기십결(圍棋十訣)- 5.사소취대(捨小就大)

박정원 기자 승인 2023.04.23 18:10 의견 0


사소취대(捨小就大), 작고 사소한 것을 버리고 큰 것으로 나아가라는 뜻이다. 이것이 위기십결의 다섯 번째 교훈이다. 돌을 몇 개 버리더라도 기선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십결 네 번째인 기자쟁선(棄子爭先)과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눈앞에 있는 작은 이득에 욕심내지 말고 큰 흐름을 보고 결정적인 것을 얻으라는 말인데, 당연하지만 실천하기는 가장 어렵다. 그 이유는 우선 크고 작음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떄문이다. 눈에 보이는 이익은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나중에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주는 것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눈앞의 이익을 쫓다가 큰 것을 놓친다. 내가 상대의 돌을 잡을 땐 기분이 좋지만 내 돌이 잡히면 속상하다. 하수들은 돌 몇 개를 살리려다가, 혹은 상대 돌을 잡으려다 정작 중요한 전략적 요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둑이든 일상생활든 욕심을 내면 판단이 흐려진다.

상대방 돌의 연결을 끊는, 전략적 활용 가치가 높은 돌은 비록 한 개라도 죽여서는 안 되는 요석(要石)이다. 반면에 돌의 수가 많아도 활용 가치가 없어진 폐석(廢石)은 무리하게 살릴 필요가 없다.

바둑에서 내 돌을 버리는 사석 전략은, 상대에게 작은 미끼를 던져 더 큰 이익을 얻고자 할 때 쓰인다. 그러러면 대소를 구별할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은 ‘버려라, 그러면 이긴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노리라는 사소취대는, 바둑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멀리 있는 큰 이익보다 내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마음이 간다. 냉철하게 미래를 계획하며 현재의 작은 이익을 과감히 포기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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