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옥션배에 새로운 '끝판왕'이 등장했다. 신사 팀의 조한승 9단이 2년 연속 최종국에서 승리하며 신사 팀의 2연패를 이끌었다.
지지옥션배의 끝판왕으로 등장한 조한승 9단. 2년 연속 최종국에서 승리하며 신사 팀에 우승을 안겼다. [바둑경제]
1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7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최강전 최종 23국에서 조한승 9단이 최정 9단에게 22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신사 팀의 2년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조한승 9단(왼쪽)과 최정 9단의 최종국 대국 모습. 조한승 9단이 승리하며 상대 전적에서 최근 4연승 포함 5승 3패를 기록했다. [바둑경제]
작년 지지옥션배에 첫 출전한 조한승 9단은 최종국에서 최정 9단을 반집으로 이기고 숙녀 팀 3명을 상대로 리버스 스윕을 달성한 바 있다.
이날 경기는 조한승 9단이 초반부터 리드를 잡고 국면을 주도해 갔다. 하변에서 크게 이득을 보고, 좌변 흑 모양을 삭감하면서 앞서갔다. 이후 상변에도 큰 집을 만들면서 반면으로도 흑과 대등한 정도까지 차이를 벌렸다.
조한승 9단(왼쪽)의 착점 모습. [바둑경제]
열세에 놓인 최정 9단은 우변에서 중앙으로 뻗어 나온 백 대마의 공격에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초읽기에 쫓긴 조한승 9단이 중앙을 째고 나오는 대신 우변에서 2선에 막아(백 140) 우선 살아두는 길을 택했는데, 이 수로 오히려 차이가 줄었다.
최정 9단은 우상귀에서 패로 막았고, 흑의 마지막 역전이 걸린 패싸움이 시작됐다. 그러나 최정 9단이 두 번째 팻감으로 좌하변에 단수친 흑 149가 크기가 너무 작았다. 조한승 9단은 이 팻감을 받지 않고 바로 패를 해소했고, 우중앙 대마가 완생하면서 백의 걱정이 없어졌다. 흑은 최대한 백 대마의 사활을 괴롭혔어야 했는데, 너무 쉽게 살려주면서 승부가 여기서 확실하게 갈렸다.
다음 착수를 고민하며 반면을 응시하고 있는 최정 9단. [바둑경제]
종반은 완연한 백의 페이스였다. 최정 9단이 이후 최대한 버티면서 추격했지만, 조한승 9단은 마지막 초읽기에서도 정확하게 마무리하면서 신사 팀의 우승이 결정됐다.
대국 후 복기하고 있는 조한승 9단(왼쪽)과 최정 9단. [한국기원]
대국 후 조한승 9단은 "초반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중반에 대마를 살리는 과정에서 패 모양이 나면서 조금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흑이 작은 팻감을 써서 백이 좋아졌다"고 이날 경기를 정리했다.
조 9단은 "작년에는 제가 운 좋게 이겼지만 최정 9단이 객관적으로 저보다 강자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최정 9단이 요즘 시합도 많아서 그런 점이 저에게 유리했던 것 같다"면서 "오늘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이겨서 너무 기쁘다. 해가 갈수록 신사 팀이 불리하다보니 신사 팀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우승 소감과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바둑 도장을 운영하면서 후진 양성에 주력하고 있는 조한승 9단. "몇 년 전부터 시합에 큰 비중을 두지 못하고 있지만, 대국할 때는 나름대로 시합 전에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두고 있다"고 전했다. [바둑경제]
신사 팀이 작년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우승하면서 지지옥션배 우승 횟수는 8회로 늘었다. 그러나 통산 우승 횟수로는 숙녀 팀이 9회로 앞서 있다.
남자(1983년 이전 출생) 기사와 나이 제한 없는 여자 기사 각각 12명으로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우승 팀을 가리는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은 지난 5월 15일 개막식과 예선을 시작으로17기 대회가 막을 올렸다.
총 105명(신사 팀 53명, 숙녀 팀 52명)의 프로 기사가 참가한 예선에서 신사 팀은 강지성·최명훈·오규철·안조영·백대현·박병규·이정우 9단, 김찬우 6단이 예선을 통과했고, 조한승·이창호·유창혁·한종진 9단이 시드를 받아 팀을 이뤘다.
숙녀 팀은 최정·조혜연 9단, 김채영 8단, 김은지 6단이 시드를 받았고, 오유진·김혜민 9단, 조승아 6단, 김미리 5단, 김경은 4단, 강다정 3단, 김선빈 2단, 이나경 초단이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합류했다.
5월 15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린 예선전 모습. [바둑경제]
지난 6월 19일부터 시작된 본선에서 신사 팀은 첫 주자 이정우 9단이 6연승을 거두며 초반부터 크게 앞서갔다. 숙녀 팀은 8번째 주자였던 김채영 8단이 5연승을 거두며 차이를 좁혔지만, 신사 팀은 안조영 9단이 3연승을 하며 다시 달아났다.
8:11이라는 벼랑 끝 상황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선 최정 9단이 세 명의 신사 팀 선수들을 꺾고 최종국까지 갔지만 조한승 9단에게 무릎을 꿇으며 역전의 꿈은 사라졌다.
제17기 지지옥션배 시상식은 10월 10일(화) 열릴 예정이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한 제17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의 우승 상금은 1억2천만 원이다. 3연승 시 200만 원의 연승 상금이 지급되며, 이후 1승당 100만 원의 연승 상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20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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