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전] "67위가 1위를 꺾었다" 대회 최대 이변···박지현 5단, 신진서 격파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9.18 23:27 의견 0

이번 제46기 명인전은 이변의 연속이다.

예선에서는 지난해 예선을 통과했던 선수들이 전원 탈락해 본선 진출자 12명이 모두 새 얼굴로 물갈이됐고, 오늘 승자조 8강전이 시작된 첫날에 대회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9월 현재 랭킹 67위 박지현 5단에게 덜미를 잡힌 것. 박지현 5단은 이틀 전(16일) 하찬석국수배 우승으로 4단에서 5단으로 승단한 후 치른 첫 경기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18일 오후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8강전 1경기에서 박지현 5단이 신진서 9단에게 15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었다.


초반부터 팽팽하게 어울린 바둑은 중반까지 이어졌다. 본래 초중반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 박지현 5단이 잘 둔 것도 있지만 신진서 9단이 평소와 다르게 중반에 너무 느슨하게 두면서 중요한 고비에서 도망가지 못했다.

신진서 9단의 결정적 실착은 중앙에서 한발 물러선 백 112였다. 흑 119로 요석인 중앙 백 한 점이 잡히면서 상변 백 대마의 근거가 약해졌다. 인공지능 추천 수는 백이 흑 119자리에 이어 백 한 점을 살리는 것이었다.

이후의 행마는 신진서 9단이 두는 바둑이 맞나 할 정도로 난조의 연속이었다. 상변에서 패를 결행하려 한 것도 무리였지만 다행히 박지현 5단이 물러서면서 우세한 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미 한번 흔들인 멘탈은 평정을 유지하기 힘들었고, 흑이 좌변 백의 허점을 찔러 공격할 때 정확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결국 좌변 백 대마를 살리며 집은 지켰지만, 대신 상변 백의 연결이 끊기며 대마 전체가 잡혔다. 상변에서 흑 157로 더 이상 백 대마의 생존 가능성이 없어진 것을 확인한 순간 신진서 9단이 돌을 거두었다.

박지현 5단은 언감생심 생각지도 못했던 대어를 낚았고, 신진서 9단은 처음으로 자신보다 어린 선수에게 패하는 불명예를 기록하게 됐다.

박지현 5단. 지난 16일 하찬석국수배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K바둑]


박지현 5단은 " 초반에 흑돌 세 점이 죽어서 그때부터 계속 나쁜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안 되는 싸움인 줄 알았는데 그게 돼서 역전한 줄 알았다"고 돌아봤다.

신진서 9단은 "좋아질 기회가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놓쳤던 것 같다. 중반에 (백 기준으로) 하변을 받았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 쪽을 당하면서 이상해졌다"고 아쉬웠던 부분을 짚었다. 이어 "결과와 상관없이 요즘 내용이 안 좋아서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았지만 체력적인 부분과 실력적인 부분을 잘 준비하겠다"고 아시안 게임에 대비하는 각오를 밝혔다.

신진서 9단이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패자조가 바빠졌다.

신진서 9단의 다음 상대는 허영호 9단이다. 이에 대해 신진서 9단은 "패자조로 떨어졌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둬야 될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다시 올라오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박지현 5단은 승자조 4강에서 박정환-한우진 승자와 만난다.

한국일보와 한국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SG그룹이 후원하는 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2500만 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100분,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저작권자 ⓒ 바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