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기성전] 피곤한 최정···"이미 번아웃, 내년 대국 수 줄이겠다" 선언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10.17 08:49 | 최종 수정 2023.10.17 08:53 의견 0

2013년 12월부터 여자 기사 랭킹 1위에 오른 최정 9단. 다음달이면 1위 자리에 오른 지 딱 10년을 채우게 된다. 말이 10년이지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그 오랜 세월 동안 정상을 지킨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만도 이날 경기를 포함해 92전을 치른 최정 9단. 계속되는 타이틀전과 아시안게임 등 부담이 많은 경기를 잇달아 치르고 있는 최정 9단은, 16일 밤 여자기성전 16강전 후 인터뷰에서 "사실 몸이 많이 안 좋다. 여러 면으로 번아웃이 온 지 오래돼서 내년에는 시합 조절을 많이 할 것 같다. 특히 야간 대국은 많이 조절해야 할 것 같다"면서 내년부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컨디션 회복에 나갈 뜻을 밝혔다.

최정 9단이 대국 수 조정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앞으로 여러 대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정 9단과 같은 스타에 많이 의존하는 이벤트성 대회의 존립 여부도 주목된다.

여자기성전 16강전에서 승리한 후 인터뷰하고 있는 최정 9단. 내년부터 컨디션 회복을 위해 대국 수 조절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둑TV]


한편 여자 기전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제7회 해성 여자기성전 본선 16강 토너먼트가 시작됐다.

16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16강전 1경기에서 최정 9단이 김민지 초단을 가볍게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최정 9단(왼쪽)과 김민지 초단의 대국 모습. 두 선수의 첫 공식 대국이었다. [바둑TV]


김민지 초단은 올해 2월 프로 입단에 성공한 신예 중의 신예. 하지만 예선에서 김다영 5단을 이겼고, 본선 24강에서는 이슬주 2단을 꺾었다.

김민지 초단이 만만찮은 상대들을 누르고 16강까지 올라왔지만, 최정 9단을 상대로는 승부의 결과보다 신예의 패기로 어떻게 싸워 나갈지가 관심이었다.

흑을 잡은 김민지 초단은 초반에는 실리를 많이 확보하며 팽팽한 형세로 승부를 잘 이끌어갔다. 그러나 최정 9단이 백 58로 중앙을 씌워 가면서 승부의 흐름이 백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김민지 초단이 신예의 패기로 강하게 버텼지만 백 68의 단수로 상변 흑 대마가 끊기며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최정 9단이 백 78·80으로 흑 한 점을 잡고 상변을 크게 가져가면서 결정타를 날렸다.

이후 최정 9단은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국면을 완벽하게 장악해 15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판이 두텁게 짜였고, 중앙 흑 대마를 양분하면서부터 우세해졌다고 생각했다"는게 최정 9단의 국후 소감.

최정 9단은 8강전에서 조혜연 9단-김수진 6단의 승자와 대결한다.

중앙 접전에서 최정 9단이 주도권을 잡은 후 큰 위기 없이 승리를 거뒀다. 여자기성전 5회 우승에 도전하는 최정 9단은 "5회라는 숫자는 욕심이 난다. 올해도 잘해 보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바둑TV]

17일(화)에는 오유진 9단과 차주혜 2단의 16강전 2경기가 열린다. 두 선수는 2020년 1월 2일 제3회 용성전 예선에서 한 번 만나 오유진 9단이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해성그룹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제7회 해성 여자기성전의 우승 상금 5000만 원, 준우승 상금 2000만 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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