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신라면배] '신공지능' 신진서, 끝내기 6연승···한국, 극적인 4년 연속 우승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4.02.23 19:07 | 최종 수정 2024.02.23 19:48 의견 0

'신진서를 위한, 신진서에 의한, 신진서의' 대회였다. 신진서 9단이 각종 기록을 만들어 내면서 한국의 농심신라면배 4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신진서 9단의 '끝내기 6연승'이 현실이 된 순간, 지난 2005년 이창호 9단의 '상하이 대첩'을 넘어 새로운 전설이 탄생했다. 혼자 남아 외로운 싸움을 펼친 신진서 9단의 괴력에 중국의 내노라하는 초일류 기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고, 농심신라면배 최다 16연승 기록도 계속 이어 갔다.

결의에 찬 신진서 9단. 끝내기 6연승으로 한국 바둑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기원]


23일 오후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최종국에서 신진서 9단이 구쯔하오 9단에게 249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우승을 결정하는 최종국답게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 경기가 진행됐다. 중반까지는 신진서 9단이 국면을 주도하며 차이를 벌려갔다. 특히 흑 63의 승부수로 하변 백 모양을 최대한 누르고 중앙 흑돌을 두텁게 만들면서 흑이 편한 바둑이 됐다.

그러나 구쯔하오 9단도 만만치 않았다. 신진서 9단이 우중앙 흑을 지키기 위해 둔 흑 111이 큰 실착이었다. 구쯔하오 9단이 바늘만한 틈을 비집고 우중앙 흑돌을 끊는 데 성공했다. 신진서 9단이 안에서 패로 살길을 찾았지만 흑 8점이 사는 길이 보이지 않으면서 바둑은 역전됐다.

흑의 유일한 희망은 우상귀에서 패를 결행하는 것. 한동안 보지 못하던 신진서 9단이 결국 그 곳을 찾아내 바로 패를 결행했다. 우중앙 패싸움 과정에서 절대 팻감을 소진한 구쯔하오 9단에게는 큰 팻감이 없었다. 구쯔하오 9단은 어쩔 수 없이 좌하귀를 끊는 팻감을 썼고, 신진서 9단이 좌하귀를 양보하고 우상귀 백 대마를 잡고 극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인공지능은 신진서 9단이 먼저 좌하에 팻감을 썼을 때, 백이 이를 받지 않고 우상 패를 해소 후 흑 대마를 잡으면 좌하 백 대마와의 바꿔치기로 구쯔하오 9단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역전에 성공한 신진서 9단은 정확한 형세판단으로 안정적으로 끝내기를 해 승리를 지켰다.

신진서 9단(오른쪽) 과 구쯔하오 9단의 대국 모습 [新浪]

착점하고 있는 신진서 9단. 6연승으로 연승 상금 4000만 원도 챙겼다. [한국기원]

중국 1위답게 한때 신진서 9단에게 역전하기도 했던 구쯔하오 9단 [新浪]

대국 후 복기하는 모습 [한국기원]

복기 과정에서 신진서 9단은 홍민표 감독과, 구쯔하오 9단은 위빈 중국 국가대표 감독과 각각 대화하고 있다. [한국기원]


대기록을 작성한 신진서 9단은 "큰 판을 이겨서 뿌듯하고 첫 판을 둘 때만 해도 먼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6연승까지 하게 돼 영광이다"라는 소감을 전하며 "홍민표 감독님께서 잘 케어해 주신 덕분에 컨디션엔 문제 없었다. 대국할 때 우승을 생각하면 안 되는데 아무래도 아른거리다 보니 나중엔 좋지 못한 바둑을 둔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정신을 바싹 차리고 둬서 이길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최정상급 기사들로 팀을 꾸린 중국은 셰얼하오 9단이 7연승을 하며 우승 꿈을 키웠지만, 신진서 9단 1명을 막지 못하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6연승 이상을 기록한 국가가 우승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단체 연승전에서 1명의 선수가 한 국가의 선수를 모두 탈락시킨 건 1997년 5회 진로배(서봉수 9단) 이후 두 번째며, 농심신라면배에서는 처음이다.

대국 후 열린 시상식에서는 중국 농심 안명식 법인장이 우승 한국 팀에 트로피와 함께 상금 5억 원을 전달했다.

국후에 열린 시상식에서 신진서 9단과 홍민표 국가대표팀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은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오른쪽은 중국 농심 안명식 법인장 [한국기원]

신진서 9단(오른쪽)과 홍민표 국가대표팀 감독 [한국기원]


한편 오전 11시에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본선 9국에서 조훈현 9단이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에게 278수 만에 백으로 2집 반을 졌다.

조훈현 9단은 요다 노리모토 9단의 두터움에 밀려 계속 끌려다니다가 우하변에서 요다 9단의 선수 착각으로 차이를 많이 좁혔다. 그러나 요리 노리모토 9단이 좌중앙에서 흑 모양을 집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며 다시 차이를 벌렸다.

이로써 한·중·일 3국이 모두 1명의 최종 주자만 남긴 상황. 24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본선 10국은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과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의 대결로 열린다.


조훈현 9단(왼쪽)과 요다 노리모토 9단의 대국 모습 [新浪]


(주)농심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 3연승 시 1000만 원의 연승 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진다.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의 우승 상금은 1억8000만 원이다. 본선 3연승 시 500만 원의 연승 상금이 지급되며, 이후 1승 추가 때마다 500만 원이 추가된다. 제한 시간은 각자 40분에 초읽기 1분 1회씩이다.

신진서 9단이 몰려드는 중국 팬들에게 사인해 주고 있다. [한국기원]


◆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각국 출전 선수

◇ 한국 : 신진서(6승)·박정환(1패)·변상일(1패)·원성진(1패) 9단, 설현준 8단(1패)

◇ 중국 : 구쯔하오(1패)·딩하오(1패)·커제(1패)·자오천위(1패)·셰얼하오(7승 1패) 9단

◇ 일본 : 이야마 유타(1패)·시바노 도라마루(1패)·이치리키 료(1패)·쉬자위안(1승 1패) 9단, 위정치 8단(1패)


◆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각국 출전 선수

◇ 한국 : 유창혁·조훈현(1승 1패)·최규병(2승 1패)·서봉수(1패) 9단

◇ 중국 : 녜웨이핑·마샤오춘(1승 1패)·차오다위안(1패)·류샤오광(2승 1패) 9단

◇ 일본 : 요다 노리모토(1승)·다케미야 마사키(1승 1패)·히코사카 나오토(1승 1패)·야마시로 히로시(1패)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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