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9단이 전승을 달리던 안성준 9단을 물리치고 단독 선두에 복귀했다. 안성준 9단이 패하면서 도전권 향방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13일 오후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본선 6회전 3경기에서 박정환 9단이 안성준 9단을 220수 만에 백 불계로 꺾었다.
4승의 안성준 9단과 4승 1패의 박정환 9단이 맞대결을 펼친 이날 경기는 도전권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일전이었다. 안성준 9단이 이기면 안 9단의 리그 1위가 유력해지고, 박정환 9단은 도전권 경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 두 선수에게 놓칠 수 없는 한판이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시작된 경기는 백을 쥔 박정환 9단이 초반 우상귀를 내주는 대신 상변에 큰 모양을 만들면서 앞서 나갔다. 두텁게 판을 짜 나가던 박정환 9단이 우하에서 상대의 의도를 거스른다는 것이 무리한 행마가 되면서 안성준 9단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 박정환 9단의 상변 백 집이 많이 깨지면서 안성준 9단이 역전에 성공했다.
미세한 형세로 계가 바둑이 될 것 같았던 이날 바둑은 박정환 9단이 중앙에서 승부수를 던지면서 어려운 싸움이 벌어졌다. 형세가 어렵다고 본 박정환 9단이 중앙 흑 대마를 엮어 패를 만들었다. 승부와 직결된 패싸움에서 팻감 하나로 갑자기 승부가 갈렸다.
박정환 9단의 우상귀 팻감은 안성준 9단이 받았지만, 안 9단이 좌하귀에 쓴 팻감은 박 9단이 받지 않고 패를 해소해 중앙 흑 대마를 잡았다. 안성준 9단은 우상귀 팻감을 받지 말아야 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팻감을 쓴 좌하귀에서 백을 잡지도 못하면서 사실상 승부는 여기가 끝이었다.
대국 후 박정환 9단은 "초반에는 편하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두 점을 죽이면서 행마가 꼬여 손해를 봤다. 나중에 제 모양을 흑이 깨러 들어갔을 때도 잘못 받아서 집이 많이 깨져서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고 "중앙에 패를 들어갔을 때는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팻감을 상대가 안 받을 수도 있다고 봤는데 선수 빅이면 크다고 보고 뒀다 "고 돌아봤다.
박정환 9단은 "리그전이 막바지로 와서 두 판 남았다. 정말 강한 후배들만 남아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승 진출 확률은) 20~30% 정도 될 것 같다. 제가 2승을 거두면 자력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준비를 많이 해서 좋은 결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성준 9단은 "초반에 나쁘다가 두 점을 잡아서 잘 됐다. 상변을 먼저 깨는 게 아니라 하변을 먼저 건드려 놓고 상변을 깼으면 괜찮은 바둑 같은데, 그 다음에는 어려워졌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패를 해소했어야 하는데 그게 아쉽다. 순간적으로 제가 죽는 모양인 줄 알고 착각을 했다"고 아쉬워했다.
안 9단은 "오늘 이겼으면 (도전권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확률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다음 대국이 김정현 선수인데 잘 준비해서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5기 최고기사 결정전 본선리그는 전승자가 없어지면서 1패 그룹 3명(박정환·안성준·김정현)은 물론 2패 그룹 2명(이창석·변상일)도 도전권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가장 유력한 선수는 1패 그룹 선수들에게 승자승으로 모두 앞서는 박정환 9단이다. 다만 남은 상대가 변상일·신민준 9단이라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14일(화)에는 변상일 9단과 임상규 2단의 6회전 4경기 열린다. 두 선수는 그 동안 공식 대국에서 만난 적이 없다.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본선은 예선 통과자 4명(신민준‧안성준‧김정현 9단, 임상규 2단)과 전기 대회 시드 4명(박정환·변상일·박민규·이창석 9단), 후원사 시드 1명(스미레 3단) 등 9명이 풀리그로 타이틀 보유자 신진서 9단에게 도전할 1명을 가린다.
인포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 방송을 맡은 제5기 쏘팔 코사놀 최고 기사 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60분+30초의 피셔방식으로 진행된다.
저작권자 ⓒ 바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