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위기구품(圍棋九品) - 약우(若愚)와 투력(鬪力)

박정원 기자 승인 2022.11.06 14:17 의견 0

약우(若愚)는 바둑에서 기력(棋力)을 나타내는 말 가운데 하나로 프로기사 2단을 가리킨다.

아직 젊고 어리석은 경지에 있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추고 있어서 나름의 전략이 있다. 이 시기는 승부의 기본이 되는 겸허를 배우고 인내를 쌓아가는 기간이다.

약우는 ‘대지약우(大智若愚)’에서 따온 말이다. 크게 현명한 자는 어리석은 듯이 보인다는 뜻이다. 사물의 이치에 통달해 지혜가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마치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덕이 있어 드러내놓고 뽐내지 않는다. 일일이 따지지 않고 너그러워 남이 보기에는 우둔한 사람으로 보일지 모른다.

초단인 수졸(守拙)을 지나 약우는 비로소 돌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한다. 어리석어 보여도 나름대로 꾀가 있어 모든 것이 견고하고 함부로 범할 수 없다. 정석대로 바둑을 두며 변칙적인 방법에는 아직 서툴지만 기본기가 탄탄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음 단계인 투력(鬪力)은 위기구품(圍棋九品) 중 프로 기사 3단의 별칭이다.

지혜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싸울 만한 힘이 길러져 상대와 겨뤄 싸울 수 있게 됐다. 아직은 거칠어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자신 있게 싸울 수 있는 단계다.

바둑의 기술이 드러나기 시작하며, 기력이 서서히 공격성을 띠게 된다. 공격과 수비가 가능해지고 전투력이 높아진다. 싸움의 기세가 강해 상대와 뒤엉켜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만, 지혜를 사용하지 못하고 힘에 의지하는 바둑이다.

싸우면서 용기를 기르고 다양한 경험으로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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