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박정환, '시간 승'으로 4강 진출···구쯔하오는 쉬자양에게 덜미 잡혀
신해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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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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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삼성화재배에서 신진서 9단을 너무 일찍 만나는 바람에 8강에서 탈락했던 박정환 9단이 2년 만에 삼성화재배 4강에 진출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이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꼽았던 구쯔하오 9단은 복병 쉬자양 9단에게 패해 탈락했다.
4강에 진출한 박정환 9단.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좋은 바둑 내용을 보이고 있다. [바둑경제]
21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전에서 박정환 9단이 중국의 롄샤오 9단에게 107수 만에 흑 시간 승을 거뒀다.
박정환 9단은 초반부터 우하변을 중심으로 실리를 확보한 후 하변과 우하의 백 대마를 양곤마로 만들어 압박했다. 코너에 몰린 롄샤오 9단은 흑 99수 이후 중앙에서 많은 시간을 쓰며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만큼 백에게 어려웠던 장면. 반면 박정환 9단에게는 30분 이상 시간이 남아 있었다.
시간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흑 101에 대해 장고하면서 1분 초읽기 4회를 다 사용한 롄샤오 9단은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롄샤오 9단이 하중앙 백 대마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초읽기 '아홉'과 동시에 백 108을 두었지만 착점 순간에 갑자기 위치를 바꾸면서 시간을 넘겨 계시기를 눌렀다.
긴박한 상황에서 다소 허무하게 승부가 끝났지만 당시 형세는 흑이 덤을 제하고 4집 정도 앞서 있었고 롄샤오 9단이 마지막 초읽기에 쫓기는 상황이어서, 그대로 진행됐어도 박정환 9단의 승리 확률이 높았다.
박정환 9단(오른쪽)과 롄샤오 9단의 대국 모습. [바둑경제]
중국 랭킹 8위 롄샤오 9단. 아쉬운 시간패를 당했다. 삼성화재배에서 두 번째 시간패다. [바둑경제]
대국 초반 커피 한 모금으로 긴장을 풀고 있는 박정환 9단. [바둑경제]
한편 중·중전으로 벌어진 다른 8강전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중국 랭킹 11위의 쉬자양 9단이 강력한 우승 후보인 중국 랭킹 1위 구쯔하오 9단을 299수 만에 백 불계로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초반부터 우변에서 이득을 본 쉬자양 9단이 구쯔하오 9단을 줄곧 리드하다가 중후반 대형 바꿔치기가 일어나며 미세한 형세가 되었다. 이후 끝내기에서 반집을 다투던 중 구쯔하오 9단의 실수로 백의 승리가 굳어졌다. 두 선수는 바둑이 종국된 후 계가를 하지 않고 바로 복기에 들어가 내용은 백의 반집 승이지만 백 불계승으로 정리됐다.
쉬자양 9단(왼쪽)과 구쯔하오 9단의 대국 모습. [바둑경제]
쉬자양 9단. 삼성화재배 첫 본선 진출에서 강적 구쯔히오 9단을 누르고 4강에 올랐다. 상대 전적에서도 앞서며 구쯔하오 9단에게 깅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바둑경제]
변상일·신민준 등 한국의 강자를 무너뜨렸던 구쯔하오 9단. 자국의 기사에게 막혀 4강 진입에 실패했다. 2017년 삼성화재배 우승자이다. [바둑경제]
22일(수)에는 8강전 둘째 날 경기가 이어진다. 신진서 9단이 셰얼하오 9단과 김명훈 9단이 딩하오 9단과 대결한다. 상대 전적에서는 신진서 9단이 7승 1패로 앞서 있고, 김명훈 9단은 1승 1패로 호각세다.
8강전 경기가 열리는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 2층 대강당 대국장 모습. [바둑경제]
8강전 첫째 날 대국장 모습. [바둑경제]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이 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 상금은 3억 원,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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