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입단해 2개월이 되지 않아 종합 기전 본선에 진출하며 화제를 모았던 김승구 초단이 2023 YK건기배 본선 무대에 데뷔했다. 입단 3개월 3일 만의 본선 첫 대국.
김승구 초단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대회 후원사인 YK건기의 신예 기사 육성 의지의 결과였다. 원년 대회에서는 신예 기사들에게 후원사 시드를 배정했지만, 올해는 2006년 이후 출생한 선수들만 따로 모아 신예조 예선을 치렀다. 여기서 김승구 초단이 16:1의 경쟁을 뚫고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원성진 9단(오른쪽)이 갓 입단한 김승구 초단을 상대로 2023 YK건기배 본선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작년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 스스로 부끄러웠다는 원성진 9단이 절치부심한 올해의 성적이 어떨지 주목된다. [바둑TV]
14일 오후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3 YK건기배 본선 1라운드 2국에 출전한 김승구 초단의 상대는 원성진 9단이었다. 나이로는 19년, 프로 경력은 24년 차이가 나는 대선배이다.
한참 어린 후배 기사와의 대국이지만 이날 원성진 9단의 준비성은 돋보였다. 수비형 바둑에 가까운 김승구 초단의 기풍을 감안해 첫 수를 3·3에 두고, 세 귀를 차지해 실리를 확보한 이후에는 두텁게 두며 상대를 압박했다.
김승구 초단은 경험이 부족한 것이 보였다.
과감하게 나가야 할 곳에서 느슨하게 두는 장면이 군데군데 보였다. 대표적인 장면이 우상 공방이었다. 백이 흑 집 안으로 파고 들어갔어야 했는데 물러서면서 흑에게 큰 집을 허용하고 말았다. 여기서 차이가 크게 벌어지며 승부가 기울었다. 흑이 우변을 정리하고 좌중앙 백 4점이 흑에게 잡히면서 승부는 끝났다. 김승구 초단의 본선 데뷔전은 117수의 단명국으로 기록됐다.
원성진 9단(오른쪽)과 김승구 초단의 2023 YK건기배 본선 1라운드 2국 대국 모습. [바둑TV]
대국 후 원성진 9단은 "중반까지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고, (중앙) 대마 사활이 계속 신경 쓰였다. 나중에 끝내기에서 강하게 둬 이득을 보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대국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작년에 본선에서 너무 성적이 안 좋았다. 이번에는 첫 판을 기분 좋게 스타트를 끊은 것 같다. 작년보다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게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첫 본선 대국이자 스튜디오 대국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김승구 초단. "스튜디오 대국이 처음이라 많이 떨리기도 하고 긴장이 많이 됐는데 내용이 별로 안 좋아서 아쉽다"는 소감을 밝혔다. [바둑TV]
YK건기가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2023 YK건기배의 우승 상금은 6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3000만 원이다. 제한 시간은 시간누적방식으로 각자 10분, 추가 시간 40초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