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위기십결(圍棋十訣)- 4.기자쟁선(棄子爭先)

박정원 기자 승인 2023.04.09 10:02 의견 0


"돌을 버리고 선수를 쟁취하라."는 기자쟁선(棄子爭先)이 위기십결(圍棋十訣)의 네 번째다.

기자쟁선(棄子爭先)이란 선수를 잡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뜻이다.

바둑에서 선수(先手)란 상대편이 어떤 수를 쓰기 전에 먼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이 두게 하는 수가 바로 선수다.

상대가 둔 수에 대응하는 수가 아니라, 내가 두고 싶은 곳에 두는 것이 '선수'다. 상대가 앞서 둔 수가 당장 응수하지 않아도 되는 수고, 내가 이 수를 뒀을 때 상대는 반드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판을 리드할 수 있다.

바둑은 흑과 백이 서로 공평하게 교대로 한 수씩 둘 수 있지만, 수를 허비하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눈앞에 있는 몇 집 안 되는 바둑돌을 버리고 전략적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게 기자쟁선이다.

후수는 한발 늦게 움직이며 실속을 지키는 수다. 손을 빼서 선수를 잡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선수가 좋지만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선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기자쟁선은 사석 작전(捨石作戰, 버림돌 작전)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돌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돌을 지키려고만 하면 선수를 잡기 어렵다. 임무를 마친 돌은 아무리 커도 쓸모가 적기 때문에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비록 한 점이라도 상대의 말를 끊고 있는 요석이나 여기에 연관된 돌은 가치가 크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

하지만 초보일수록 모든 돌을 지키려고만 들기 때문에 계속 손 따라 둘 수 밖에 없고, 대국 내내 선수를 잡을 기회가 없다. 반면 고수들은 초보가 보기에 대마같은 곳이라도 쓸모가 없는 돌은 쉽게 버리고 선수를 취한다.

프로 기사들의 바둑은 선수를 잡기 위한 경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돌 몇 개 버리더라도 선수 잡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선수란 상대방이 받을 수밖에 없는 곳에 두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후 손을 빼서 내가 원하는 곳에 선착할 수 있다. 바둑에서는 선수 처리가 매우 중요해서 부분적으로 희생이 있더라도 선수를 뽑아 큰 곳으로 가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버림돌’을 잘 써야 고수다. 바둑돌 몇 개를 버리더라도 기선을 제압하고 있어야 이긴다. 그러려면 중요한 곳에 위치한 돌은 단 한 점이라도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고 부분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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