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 신진서, 응씨배 우승하며 바둑황제 등극···셰커 2:0 격파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8.23 17:49 | 최종 수정 2023.08.23 18:12 의견 0

신진서 9단이 오랜 꿈이던 응씨배에서 우승하며 세계 제패의 대업을 완성했다.

염원하던 응씨배 우승 트로피를 든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응씨배는 4년 마다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고, 현존 기전 중 가장 많은 상금이 걸려 있어 최고의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응씨배에서의 우승은 곧 세계 최고의 기사임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응씨배는 모든 기사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신진서 9단은 역대 한국 우승자 중 가장 어린 23세에 응씨배에서 우승하면서 바둑 황제에 등극했다.

신진서 9단(오른쪽)이 응씨배 2국에서 착점하고 있는 모습. [한국기원]


23일 중국 상하이(上海) 창닝(長寧)구 쑨커별장(孫科別墅)에서 열린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2국에서 신진서 9단이 셰커 9단에게 22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 전적 2: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국은 신진서 9단의 백번. 1국에서 신진서 9단은 흑·백을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었음에도 덤 7집 반으로 불리한 흑을 선택했다. 신진서 9단은 1국에서 질 경우를 대비해 2국을 편하게 두려고 흑을 선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수의 진을 치고 흑을 선택했던 1국을 이기면서, 백을 잡은 2국이 좀더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신진서 9단이 백번으로 시작한 2국은 덤의 유리함만큼 편하게 출발했다. 신진서 9단이나 셰커 9단 모두 서로를 탐색하면서 어려운 순간마다 적절하게 타협하면서 반면을 운영해 갔다. 셰커 9단은 1국과 반대로 실리 작전으로 나갔고 신진서 9단은 상변을 중심으로 두텁게 모양을 키워 가며 상대했다.

중반이 지나면서 세 불리를 의식한 셰커 9단이 조금씩 행마를 틀어 갔지만 신진서 9단은 상관하지 않고 본인의 바둑을 두어 갔다. 신진서 9단은 덤에서 유리한 만큼 무리하지 않고 집에서 우위를 지키며 계가 바둑으로 국면을 이끌어 갔다.

경기 후반 열세를 느낀 셰커 9단이 중앙에서 흑 대마의 사활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우변 백 대마의 공격에 승부수(흑 135 )를 던졌지만 무리한 공격이었다. 신진서 9단은 상변 흑 대마의 약점을 추궁하며 반격했고, 셰커 9단은 상중앙에서 패를 결행하며 최대한 버텼지만 신진서 9단이 침착하게 응수하며 리드를 지켜갔다. 남은 시간도 164수가 두어졌을 때 신진서 9단은 56분이었고, 셰커 9단은 27분에 불과할 정도로 신진서 9단이 유리했다.

이후 셰커 9단은 계속 불리한 바둑을 흔들어 갔지만 신진서 9단이 정확하게 마무리하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신진서 9단은 응씨배 결승에 임하기 전 란커배, 국수산백 국제바둑대회, 몽백합배에서 잇달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어 불안감을 던져 주었다. 그러나 중요한 무대인 응씨배에서 우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우승 직후 신진서 9단은 "응씨배만을 위해 특별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우승하게 돼 기쁘다. 이전 세계대회에서 많이 패하기도 해서 이번 우승이 특히 값지다”며 “국가대표팀에서 공동연구도 하고 개인적으로 시간 안배를 위해 포석 준비도 많이 했다. 벌점을 받지 않기 위해 많이 신경 썼다. 긴장을 안 할 줄 알았는데 부담을 느껴서였는지 대국 전 잠을 잘 못잤다. 중국에 심범섭 단장님, 목진석 감독님, 한종진 사범님 등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셔서 힘이 많이 났다. 란커배 패배 이후에도 믿어주고 응원해주신 바둑 팬분들께도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시상식은 대국 직후 대회장 인근 콜롬비아서클 해군클럽홀에서 열렸다. 우승을 차지한 신진서 9단에게는 단일 대회 최고 상금인 40만 달러(약 5억 3600만 원)와 우승트로피가 주어졌다. 준우승한 셰커 9단에게는 준우승상금 10만 달러(약 1억 3400만 원)와 준우승 트로피가 수여됐다.

우승한 신진서 9단(오른쪽)과 준우승자 셰커 9단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기원]

신진서 9단(왼쪽)과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한국기원]


이번 대회 본선은 2020년 4월 막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5개월 뒤인 9월에 본선 28강∼8강을 치렀고, 2021년 1월에 열린 4강전에서 신진서 9단과 셰커 9단이 결승 진출을 결정지었다. 이후 주최 측이 결승 대면 대국을 고집하면서 2년이나 결승전이 늦춰졌다.

신진서 9단이 우승하면서 한국은 조훈현(1회), 서봉수(2회), 유창혁(3회), 이창호(4회), 최철한 (6회)의 우승 이후 14년 만에 우승 컵을 들어올렸다. 통산 우승 횟수는 한국이 6회, 중국이 3회를 기록하고 있다.

신진서 9단(오른쪽)과 셰커 9단의 결승 2국 대국 모습. [한국기원]

셰커 9단. [한국기원]

순커별장에 들어서고 있는 신진서 9단. 한종진 기사협회장이 신 9단 앞에서 같이 입장하고 있다. [한국기원]

전자 기기 검사를 받고 있는 신진서 9단. [한국기원]

응씨배 결승이 열린 중국 상하이시에 있는 쑨커별장 외관 모습. [한국기원]


중국위기협회와 응창기위기교육기금회가 주최하고 상해시위기협회·응창기위기교육기금회·창닝구 인민정부가 주관한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우승 상금은 단일 대회 최고 액수인 40만 달러(약 5억36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10만 달러(약 1억3400만 원)다.

응씨룰을 사용하며, 제한 시간은 각자 3시간에 초읽기 대신 주어지는 추가 시간은 20분으로 1회 사용 시 벌점 2집이 공제(총 2회 가능, 3회는 시간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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