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십결의 아홉 번째는 '피강자보(彼强自保)', 상대가 강할 때는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라는 뜻이다.

지난번에 언급한 '입계의완'과 '공피고아'와도 관련이 있는 이 말은, 상대의 세력이 강한 곳에서는 자신의 약점을 보강하면서 두텁게 두라는 의미다.

발 빠른 행마도 좋지만 돌이 너무 약해져서 미생이 돼 죽어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업을 할 때 강력한 경쟁 상대가 있다면 그 경쟁자를 공격하기보다는 내 약점을 보강하면서 나만의 강점을 키우는 게 낫다. 투자를 할 때도 주변 상황이 좋지 않으면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자산만 남기고 손실을 줄이는 투자가 최선이다.

상대가 강할수록 수비에 힘써야 한다. 어설프게 공격에 나서다 본전도 못 찾고 대량 실점할 수 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웹툰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에게 직장 동료가 푸념하는 대목이 있다.

"직장 생활하면서 가장 괴로운 걸 알았어. 보기 싫은 놈을 매일 봐야 한다는 거. 짜친 잘못들과 거짓말이 너무 많아서 말하는 사람을 열라 치사하게 만드는 거! 근데 그런 놈을 상사들이 더 좋아한다는 거. 그리고 내가 한 일이 다 그놈 것이 된다는 거."

이렇게 말하는 동료에게 장그래와 장백기가 말한다. "싸움은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상대가 강할 때는요."

피강자보는 상대가 강하면 우선 내 약점을 지키라는 말로, 수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강하면 약한 것을 공격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 돌들이 약하면 상대가 반드시 공격할 거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형세가 불리하다고 내 돌의 약점이 많은 곳에서 무모한 싸움을 벌이는 것은 지는 지름길이다. 불리할수록 침착하게 정수로 두어가면서 기회를 보고 참고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온다. 형세가 불리해진 것은 내가 실수를 했기 때문이고, 상대도 언젠가 실수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바둑에서는 끝까지 참는 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 이게 뒤집어질까 싶은 대국도 끈질지게 두다 보면, 상대가 방심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져 나에게 기회가 오기도 한다.

포기하지 않고 '피강자보'하다보면 선물같은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