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육七 관절타이밍] 너무 버틴 박정환, 충격 역전패···"승부는 최종국으로"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4.02.26 19:45 의견 0

2년 가까운 무관 탈출을 눈앞에 뒀던 박정환 9단이 골인 직전에 자멸하며 우승 확정 기회를 날려 버렸다. 설현준 8단은 1국에 이어 4국에서도 패배 직전에 기사회생하며 최종국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박정환 9단(왼쪽)과 설현준 8단의 대국 모습 [바둑경제]


26일 오후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기 5육七 관절타이밍 한국기원선수권전 결승 5번기 제4국에서 설현준 8단이 박정환 9단에게 320수 만에 흑 2집 반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이 2:2가 되면서 우승자는 최종 5국에서 결정된다.

박정환 9단이 2:1로 앞선 가운데 맞이한 4국은 초반에는 설현준 8단, 후반에는 박정환 9단이 자멸한 난전이었다. 서로 리드를 주고받으며 짜릿한 승부를 펼쳤지만, 내용면에서는 결승전치고는 실수가 너무 많았다.

설현준 8단의 흑번으로 진행된 경기는, 초반부터 벌어진 좌하 공방에서 설현준 8단이 스스로 무너지며 이른 시간에 승부의 흐름이 백 쪽으로 넘어갔다.

설현준 8단이 좌중앙 흑 대마를 지키는 방향이 잘못되면서(흑 45) 백에게 선수를 뺏겼고, 박정환 9단이 좌변을 지키고 우하귀에 침입해 살아가면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백이 좌변에 크게 집을 지은 데다 도처에 짭잘한 실리를 벌어 놓아 흑이 도저히 역전할 수 없는 경기가 됐다고 본 순간,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뤄졌다.

끈질기게 추격해 온 설현준 8단이 우하귀에서 패를 했을 때 박정환 9단이 너무 버티면서 사달이 났다. 우하귀 패가 하변 백 대마의 사활이 걸린 패까지 확대되면서 국면이 요동쳤다. 팻감이 중요한 상황에서 박정환 9단이 백 196으로 흑 2점을 끊은 수가 사실상 패착이 됐다. 이 수로 인해 좌 중앙에 잡혀 있던 흑돌들이 팻감 공장이 됐다. 견디지 못한 박정환 9단이 패를 해소하는 사이, 백의 보고였던 좌변 백 모양이 완전히 망가졌다. 오히려 설현준 8단이 좌상 백 대마를 잡는 결정타를 놓친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바둑은 흑의 우세로 역전됐다.

이후 끝내기에서 서로 고비가 있었지만 잔 실수를 주고받은 끝에 설현준 8단이 우변에서 이득을 보며 극적으로 역전승했다.

"두 기사가 분명 내용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서로 주고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승부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어렵다고 느낄 만한 장면들이 많았다. 두 기사가 오늘 굉장히 힘든 대국을 펼쳤다"는 것이 바둑TV 이성재 해설위원의 총평이었다.

1국에 이어 4국에서도 극적으로 역전하며 끈질긴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설현준 8단 [바둑경제]


대국 후 설현준 8단은 "초반부터 계속 나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팻감을 양 패 비슷하게 썼을 때 박정환 선수가 그냥 받아줬으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착각을 해서 대마 패가 되면서 승부가 됐다고 봤다"고 말하고 "이후 타협을 했을 때 약간 진 줄 알았는데 우변에서 이득을 많이 보면서 운 좋게 승리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2연패를 당했을 때는 쉽지 않다고 보고 마음을 비우고 왔는데 그게 좋게 작용한 것 같다"면서 "운 좋게 최종전까지 갔으니까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무리가 좋기로 유명한 박정환 9단이 이번 결승 승부에 유난히 후반 마무리가 안 되고 있다. [바둑경제]


박정환 9단은 너무 확실하게 이기려고 한 것이 무리였다. 1국에 이어 4국에서 또다시 유리한 바둑을 마지막 마무리에 실패한 박정환 9단은 최종국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패배 직전에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설현준 8단은 첫 종합 기전 우승 가능성을 한층 높이게 됐다.

우승자를 결정할 최종국은 3월 6일(수)에 열린다.

16강부터 매 라운드 부활전을 통해 올라온 설현준 8단 [바둑경제]

최종국에서 멘탈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 박정환 9단 [바둑경제]


(주)인포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제2기 5육七 관절타이밍 한국기원 선수권전은 본선에 진출한 32명이 4인 1조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경기를 치렀다. 매 라운드마다 2승을 거둔 2명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해 4강에서 2승한 설현준 8단과 박정환 9단이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은 5번기로 우승자를 가린다.

우승 상금은 5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90분에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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