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너무 오랫동안 했다고 생각했다. 20대 중반부터 바둑을 그만두고 싶었는데 결심을 하기가 어려웠다. 결심을 하지 않으면 바둑을 계속 할 것 같아 결단을 내렸다" (박지연 6단)

은퇴를 선언한 박지연 6단(왼쪽)이 마지막 대국을 하고 있다. 바둑을 떠나지만 새 출발한다는 생각에 기쁘고 설렌다는 소감을 전했다. [K바둑]


지난 17일 전격적인 은퇴를 선언했던 박지연 6단이 사실상 마지막 대국을 끝냈다. 21일 오후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닥터지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본선 리그 7회전 1경기.

박지연 6단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날 대국의 상대는 허서현 3단. 지난 2년 동안 여자바둑리그 서울 부광약품 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친한 후배이다.

서로 최선을 다했던 경기는 허서현 3단의 승리로 끝났다. 초반부터 허서현 3단의 우세로 시작했다. 중반에 박지연 6단이 좌상변에서 상변에 걸쳐 두터운 모양을 만들며 잠깐 추격하기도 했지만 허서현 3단이 좌상변에서 흑 63의 호착을 선보이며 삭감에 성공해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어 좌하변에서 백 대마를 잡으며 허서현 3단이 143수 만에 불계로 이겼다.

대국 후 허서현 3단은 "초반은 만만치 않았는데 좌상 백집을 깨러 갔을 때 잘됐다고 생각해서 그 후로 편안해졌다."라고 돌아봤다.

박지연 6단은 "초반은 마음에 안 들었고, 흑 63이 생각지 못한 좋은 수였다. 이 수를 당하고서 확실하게 나쁘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지연 6단은 은퇴 소감에 대한 질문에 "오늘은 별 생각이 없었고, 기원에 사직서 내러 갈 때는 기분이 묘했다. 막상 마지막 대국을 마치니 (기분이) 묘하긴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많이 했다. (지금은) 새 출발선에 있다는 생각에 기쁘고 신난다. 여러분들도 아쉬워하기보다는 많이 축하해 주시고 기뻐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패배로 박지연 6단은 4승 3패를 기록해 결승전 진출은 어려워졌다. 현재 1패가 2명, 2패가 2명이어서 사실상 경우의 수가 사라졌다. 3위에게 주어지는 시드 잔류는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졌다. 3위까지는 동률일 경우 재대국하도록 되어 있는데, 박지연 6단은 본인이 해당될 경우 양보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연 6단은 2006년 입단 후 737전을 치렀다. 396승을 거둬 53.7%의 승률을 기록했다 [K바둑]


마지막 대국을 마친 박지연 6단은 6살부터 바둑을 시작해 2006년 제30회 여류입단대회에서 15살의 나이로 입단에 성공했고, 21살이던 2012년 여류국수전에서 첫 우승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여성 기사 최초로 바둑대상 신예기사상을 받았고, 여자기사회장도 지냈다. 통산 성적은 공식 경기 기준으로 737전을 치뤄 396승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