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정석(定石)

박정원 기자 승인 2022.12.20 22:45 | 최종 수정 2022.12.20 22:51 의견 0

학창 시절 공부했던 수학 참고서 '수학의 정석(定石)'으로 익숙한 단어 '정석(定石)'은 바둑 용어입니다.

'정석'이라는 말은 스윙의 정석, 남친룩의 정석, 투자의 정석 등 실생활에서 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바둑에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공격과 수비에 최선이라고 인정한 일정한 방식으로 돌을 놓는 법을 말하고, 일상에서는 일의 처리에 있어 정형화된 순서와 방식이란 뜻으로 쓰입니다.

바둑 둘 때 본인의 판단으로 돌을 어디에 두어도 상관 없지만, 수십 년 동안 쌓인 기보를 연구한 것에 따르면 각각의 상황에서 최선이라 할 만한 방법은 제한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 방법으로 두게 되었고, 이것이 공식처럼 굳어져 정석(定石)이라는 이름으로 전해 내려온 것입니다. 오랜 시간 경험과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 최선이라고 인정된 수(手)의 순서라고 할 수 있죠.

바둑 초반에 귀나 변 등에서 흑돌과 백돌이 서로 최선을 다해 두었을 때 나오는 일정한 형태를 공식화한 정석은, 공격·수비·절충의 전형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흑백 간 치우침이 없이 균형적인 결과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프로 기사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정석을 만들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존 정석에 대한 다른 해석도 나옵니다. 고수들은 정석대로 두지 않고 나름의 변화를 줘 상대의 허를 찌르기도 합니다.

지난 2016년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종종 인류가 오랜 시간 쌓아 온 바둑의 정석대로 두지 않아 이세돌 9단을 당황하게 했죠.

정석은 오랜 세월 연구와 발전 과정을 거쳐 존재 가치가 검증된 것이지만 고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석의 모양이나 개념도 계속 변합니다.

정석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판단이 계속 정석을 발전시켜 온 것처럼, 우리 삶에서도 기본은 굳건하게 지키되 정형화되지 않는 유연함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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