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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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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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평가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보는 걸 '복기'라고 합니다.
대국이 종료된 후 두 대국자가 대국의 주요 부분에 대해 어떤 수가 좋은 수였고 어떤 수가 문제가 있었는지 되짚어보는 것입니다. 서로 돌을 바꿔 두어 보기도 하고, 새로운 수순으로 상당 부분 두어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죠.
프로 기사들의 대국에서는 복기를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습니다. 그 많은 돌들의 순서를 어떻게 다 기억하나 싶지만 모든 돌들의 선후 관계가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복기가 가능합니다.
복기는 바둑돌 순서를 하나하나 기억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수순이나 집 모양 등 주요 포인트를 기억하는 것이라 대국 흐름만 알면 된다고 합니다. 실력이 좋은 사람은 한 수 한 수 다 계산해서 둔 거라 기억을 잘 하지만, 실력이 없는 사람은 수들에 연관성이 부족해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없어 복기가 어렵다네요.
복기는 단순히 대국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찾아내 다음 대국에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이기든 지든 대국을 복기하면서 연구하고 검토하는 것은 바둑 실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복기는 나의 바둑뿐 아니라 상대의 의도와 생각을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복기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대국의 시야도 넓힐 수 있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 지난 일 년을 천천히 되돌아보면서 복기해 보는 시간을 한번 가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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