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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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8 09:21 | 최종 수정 2023.01.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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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되고 있는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난가리그와 수담리그 양대 리그제로 열리고 있다.
'난가(爛柯)'는 바둑을 일컫는 또 다른 이름으로, 도낏자루가 썩는다는 뜻이다.
난(爛)은 '문드러질 란', '빛날 란' 자다. 천진난만(天眞爛漫), 난상토론(爛商討論) 등에 쓰인다. 다른 얘기지만 난상토론을 보통 논점 없이 어지럽게 얘기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난상토론은 의견을 익숙하게 충분히 헤아리면서 토론하는 걸 말한다.
가(柯)는 '자루'라는 뜻이다.
'난가(爛柯)'는 중국 진(晉)나라 때 왕질(王質)이라는 나무꾼이 두 동자가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는 동안에 도낏자루가 썩어 버리고, 마을에 돌아오니 아는 사람이 다 죽고 없더라는 '술이기(述異記)'에 나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바둑 두는 재미에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고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왕질이 산에 나무 하러 갔다가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는데 두 동자(童子)가 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왕질은 바둑이 재미 있어서 옆에 앉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었다.
한 동자가 주머니에서 열매같은 것을 줘서 왕질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맛있는 열매를 받아먹고 배고픈 줄 모르고 바둑을 구경했다.
바둑이 한 판 끝나자 한 동자가 도낏자루를 가리키며 자루가 썩었다고 했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왕질이 그제서야 자루가 없는 도끼를 들고 황급히 마을로 내려와 집으로 돌아오니 함께 살던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그의 집을 들락거리며 집 안에서는 제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상하게 생각돼 물어보니, 이 집 주인의 증조부인 왕질이라는 사람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이 날을 제삿날로 삼았다고 했다.
왕질이 만난 두 동자는 신선이라 바둑 한 판 두는 데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난가'는 그 후 바둑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흔히 재미있는 일에 몰두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을 일컬어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하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신선놀음은 바둑을 뜻하고 신선들이 바둑을 둔 산을 난가산(爛柯山)이라고 했다.
지금도 중국 저장성에 난가산이 있고, 저장성 취저우에서 열리는 바둑 대회 이름이 '취저우 난가배 세계 바둑 오픈'이다. 중국 발음으로 란커배인 이 대회는 지난해 12월에 32강전이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중국 내 코로나 확산으로 대회가 연기됐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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