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판의 대국을 둔 신진서. KBS바둑왕전 4강에서는 랭킹 2위의 변상일 9단이었고, 바둑리그에서는 18위의 박민규 9단, 그리고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랭킹 8위의 원성진 9단이었다. 최상위 랭커들과 세 판의 경기를 둔 신진서 9단이 결국 원성진 9단에게 패배하면서 단일 기전 연승 기록이 36승에서 중단됐다.
2021년 3월 26일 챔피언결정전에서 신민준 9단에게 패배한 이래 678일 만이었고, 정규 리그에서는 같은 해 1월 29일 백홍석 9단에게 패한 이후 2년 5일 만의 패배였다.
신진서 9단(왼쪽)의 연승이 마감된 에이스 결정전 모습. 원성진 9단도 4국에서 엄청난 난전을 펼친 후 바로 대국에 임해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었다. [바둑TV]
3일 저녁 열린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난가리그 3라운드 2경기는 신진서 9단의 연승 기록이 중단되면서 포스코케미칼이 Kixx를 3:2로 물리쳤다.
Kixx와 포스코케미칼은 1, 2국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Kixx는 먼저 1국에 출전한 신진서 9단이 박민규 9단에게 불계승을 거두었고, 포스코케미칼은 한우진 5단이 김승재 9단에게 불계승을 거두었다. 신진서 9단의 연승 기록은 36승으로 늘어났다.
신진서 9단(왼쪽)이 장고판이었지만 박민규 9단에게 낙승을 거두며 제일 먼저 대국을 끝냈다. 36연승을 기록하는 모습. [바둑TV]
3, 4국에서는 막판에 대역전극이 일어나며 에이스 결정전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3국의 원성진 9단과 박진솔 9단의 경기는 중반에 박진솔 9단이 큰 위기를 맞았다. 하변의 백 대마가 몽땅 잡힐 위기에 처한 것. 박진솔 9단은 양 패를 만들어 넘어가려 했고, 치열한 패싸움이 벌어졌다. 돌들이 어지럽게 뭉쳐진 모양에서 원성진 9단이 패를 따지 않고 흑 187로 한 점을 잇는 착각이 나왔고, 죽었던 백 대마가 연결되면서 바둑은 바로 역전됐다.
그러나 시간에 쫒기던 박진솔 9단이 시간 연장책으로 쓴 백 228이 대 패착이 되면서 다시 바둑은 재역전됐다. 흑이 받지 않아도 패가 나는 자리에 둔 것. 연이어 좌상변에서 백 234로 흑 한 점을 딴 것도 큰 실수였다. 원성진 9단이 좌상귀를 크게 잡으면서 승부를 끝냈다. 277수 끝 흑 불계승.
포스코케미칼 승리의 주역인 원성진 9단(오른쪽). 박진솔 9단과의 대국에서 한 번 뒤집어진 승부의 흐름을 다시 가져오는 저력을 보였다. [바둑TV]
4국에서도 막판 시간 연장책을 둔 수가 패착이 되면서 승부가 뒤집어졌다.
포스코케미칼의 강유택 9단이 백현우 4단을 맞아 초반부터 우세한 흐름을 끝까지 이어 갔다. 미세하지만 마무리만 잘하면 강유택 9단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던 시점에 문제의 수가 나왔다. 시간에 쫒긴 강유택 9단이 좌상귀에 시간 연장책으로 백 184를 두었지만 백현우 4단이 이를 받지 않고 흑 185·187로 백 대마의 연결을 끊었다. 거의 바둑판 반에 해당하는 큰 대마가 두 집을 내지 못하고 잡히면서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강유택 9단(왼쪽)과 백현우 4단이 대국 후 복기를 하고 있다. 강유택 9단에게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백현우 4단이 결국 승리를 거뒀다. [한국기원]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은 신진서 9단과 원성진 9단의 주장전이 펼쳐졌다. 이미 하루 두 판을 둔 신진서 9단이 출전한 것은 Kixx의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러나 이미 오후 1시부터 연이어 2번의 대국을 치른 신진서 9단의 체력이 문제였다. 평소와 달리 돌의 움직임이 무거웠던 신진서 9단은 상대에게 중앙에 큰 모양을 허용하면서 끌려갔다.
원성진 9단에게 두터움을 허용하며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고 마지막까지 추격을 해봤지만 끝까지 2~3집의 간격을 메울 수 없었다. 결국 249수 만에 신진서 9단은 항복을 선언했고, 연승 기록도 '36'에서 멈췄다.
신진서 9단의 연승 중단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1시, 7시, 그리고 11시에 세 판의 대국을 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상대가 랭킹 2위, 8위, 18위 선수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이날만큼은 다른 선수들이 신진서 9단의 부담을 덜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고된 일정이 문제였지만 항상 패배는 아프다. 대국 후 복기를 하는 신진서 9단의 모습에 아쉬움과 쓰라림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난다. [바둑TV]
4일에는 한국물가정보와 정관장천녹이 인터리그 2라운드 5경기에서 밎선다. 대진은 강동윤-허영락(1:0), 강승민-변상일(5:7), 조한승-홍성지(6:9), 한승주-김정현(2:2)의 순서이다(괄호 안은 상대 전적).
의외로 변상일 9단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강승민 8단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장고 대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허영락 3단 역시 강동윤 9단이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매 경기 승리를 예측하기 힘든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대 리그로 운영하는 2022-2023 바둑리그 정규 시즌은 각 리그의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1위 팀끼리 챔피언을 가린다. 매 경기의 승점은 4:0 또는 3:1 승리는 3점, 3:2로 승리는 2점, 2:3으로 패하면 1점이 주어진다.
팀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플레이오프 탈락 팀 4000만 원, 준플레이오프 탈락 팀 2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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