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퓨처스리그에 선발된 후 처음 정규 리그에 출전한 이연 4단이 데뷔 경기에서 큰일을 냈다.
랭킹이 60계단이나 높은 상대 팀 2지명 박진솔 9단을 꺾은 것. 이연 4단의 활약 덕분에 정관장천녹은 에이스 결정전 없이 첫 승리를 거두었다. 그야말로 깜짝 스타의 탄생이다.
바둑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팀에 커다란 기여를 한 이연 4단. "감독님. 보셨나요? 저를 두 눈에 잘 새겨 주세요"라는 의미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바둑TV]
1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인터리그 3라운드 3경기에서 정관장천녹이 Kixx를 3:1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3, 4국이 승부의 키를 쥘 것으로 예상됐다. 양 팀 주장인 변상일 9단과 신진서 9단이 1, 2국에 배치돼 1승씩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양 팀이 제출한 오더로 보면 상대 전적에서 모두 앞선 Kixx가 이길 확률이 좀더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오후 중국 갑조리그에서 우승을 한 신진서 9단이 바둑리그에서도 이기며 하루 2승을 올렸다. 에이스 결정전까지 갈 경우 두 번째 하루 세 판과 변상일 9단과의 대결이 성사될지 관심이 많았지만 팀이 1:3으로 패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바둑TV]
1국과 2국은 예상대로 양 팀이 나눠 가졌다.
신진서 9단이 권효진 5단에게 완승을 거둔 반면 변상일 9단은 백현우 4단에게 초반 끌려가던 바둑을 중반에 역전시키는 어려운 승부 끝에 승리를 거뒀다. 백현우 4단이 변상일 9단의 상변 백 대마를 공격하다가 방향 착오(흑 111·113)를 하면서 한순간에 바둑이 나빠졌다. 변상일 9단이 상중앙에서 빵때림을 한 후 흑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172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었다.
변상일 9단(왼쪽)은 속기판이 잘 어울린다. 장고판인 1국에서 백현우 4단에게 초반 고전하다가 역전 승리했다. 이 정도면 생각이 너무 많아 문제인 것 같다. [한국기원]
1:1로 맞선 상황에서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연 4단이 박진솔 9단을 잡으면서 정관장천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100여 수가 지날 때까지는 중앙과 우상귀의 실리가 커서 박진솔 9단이 유리했다. 승부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연 4단이 우상귀 흑진에 승부수(백 110)를 던지면서부터였다. 흑 127의 수순이 잘못되면서 패가 생겼고, 이 패를 백이 이기면서 우상귀를 모두 백이 차지했다. 백의 승률 그래프가 99.7%까지 치솟는 완벽한 역전이었다.
최명훈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랭킹 74위의 이연 4단(왼쪽)이 14위의 박진솔 9단을 잡는 파란을 일으키며 팀 승부의 흐름을 바꿔놨다. [한국기원]
정관장천녹은 여세를 몰아 홍성지 9단이 상대 전적의 절대 열세(4:10)에도 불구하고 김승재 9단에게 1집 반 승리를 거두면서 팀의 3:1 승리를 완성했다. 김승재 9단은 계속 우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끝내기에서 너무 안이하게 두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2승을 합작해 팀 승리를 이끈 홍성지 9단(왼쪽)과 이연 4단. [한국기원]
"착각을 하는 바람에 손해를 봐서 많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김승재 선수가 끝내기에서 쉽게 두는 바람에 역전을 할 수 있었다"는 홍성지 9단의 국후 소감이었다. 이어 "예전에는 상대 전적에 대해 부담을 느꼈지만, 요즘은 바둑을 많이 두다 보니 상대 전적은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다"라고 오늘 선전을 펼친 배경을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결정적인 수훈을 세운 이연 4단도 대국 후 인터뷰에서 "중앙에서 상대가 크게 모양을 내서 질 것 같았는데, 마지막 우상귀에서 상대가 무리하게 잡으려다 수가 나서 이겼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첫 경기라 꽤나 부담을 느꼈던 것 같고, 그 점이 좋지 않았던 바둑 내용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는 경기 소감을 전했다.
팀이 기록한 4승을 모두 에이스 결정전 끝에 거두었던 정관장천녹은 처음으로 승점 3점짜리 승리를 따냈다. 승점 11점(5승 2패)으로 수담리그 3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반면 신진서 9단을 영입해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Kixx는 2·3지명인 박진솔 9단과 김승재 9단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좀처럼 선두권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박진솔 9단은 3승 5패로 2지명으로는 아쉬운 성적이다. 3지명인 김승재 9단은 1승 6패로 더 심각하다.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에이스결정전 전문인 두 팀이 만났지만 정관장장천녹이 처음으로 에이스 결정전에 가지 않고 승점 3점을 챙겼다. 1박2일 경기도 예상됐지만 평소보다 빠른 10시 35분에 경기가 끝났다. [한국기원]
19일에는 대만 보물섬정예와 바둑메카의정부가 인터리그 3라운드 4경기에서 만난다. 대진은 쉬징언-김지석, 쉬하오훙-설현준, 린리샹-이원영, 젠징팅-문민종. 네 판 모두 첫 대결이다.
양대리그로 운영하는 2022-2023 바둑리그 정규 시즌은 각 리그의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1위 팀끼리 챔피언을 가린다. 매 경기의 승점은 4:0 또는 3:1 승리는 3점, 3:2로 승리는 2점, 2:3으로 패하면 1점이 주어진다.
팀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플레이오프 탈락 팀 4000만 원, 준플레이오프 탈락 팀 2000만 원이다. 상금과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 팀에는 1200만 원, 패한 팀에는 600만 원의 대국료를 차등 지급한다(해외 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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