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위기십결(圍棋十訣)- 1.부득탐승(不得貪勝)

박정원 기자 승인 2023.03.19 11:34 | 최종 수정 2023.03.19 11:38 의견 0

위기(圍棋·圍碁)는 바둑 또는 바둑 두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고, 위기십결(圍棋十訣)은 바둑에 임하는 자세와 바둑을 잘 두기 위한 10가지 비결을 말한다.

1.부득탐승(不得貪勝) 2.입계의완(入界宜緩) 3.공피고아(攻彼顧我) 4.기자쟁선(棄子爭先) 5.사소취대(捨小就大) 6.봉위수기(逢危須棄) 7.신물경속(愼勿輕速) 8.동수상응(動須相應) 9.피강자보(彼强自保) 10.세고취화(勢孤取和)

첫 번째 비결은 부득탐승(不得貪勝)이다.

승리를 차지하고 싶어 지나치게 이기는 것에 욕심 내면 오히려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바둑은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므로 당연히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승부에 집착하다 보면 그르치기 쉽다는 얘기다.

평정심을 갖고 최선의 한 수를 찾아 내는 것이 바둑인데, 이기려는 마음이 지나치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 평정심을 잃어 통찰하기 어렵다.

평정심 유지가 승리의 비결이지만 감정을 가진 인간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인공 지능 바둑이라면 모를까 욕심을 버리기가 어디 쉬운가.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게 부득탐승이다.

바둑 웹툰 '미생(未生)'에 보면 부득탐승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승리를 탐하면 이기지 못한다, 돈을 탐하면 돈을 얻지 못한다, 사람을 탐하면 사람을 얻지 못한다, 사랑을 탐하면 외로워질 것이다...

잡으려고 쫓아갈수록 멀어지는 게 세상 이치다.

바둑은 순리대로 물이 흘러가듯 편안하게, 자기 자신을 믿고 소신 있게 두는 것이다. 자신을 믿고 차근차근 한 수 한 수 두어 가면 된다.

상황이 좋다고 느슨해져 상대에게 틈을 주어서도 안 되고, 나쁜 상황이라고 지레 포기할 필요도 없는 게 바둑이다.

심리적 부담이 생기는 것은 지는 게 두려워서다. 질까봐 걱정하다 보면 평상심을 잃는다. 초조하고 조바심까지 생겨 수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바둑을 잘 두기 위한 10가지 비결 중 부득탐승을 제일 첫 번째로 정한 것은, 바둑 실력이나 기술보다 중요하기 때문이고 또 실천하기가 가장 어려워서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다 아는 이창호 9단의 자서전 제목이 ‘부득탐승’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봐야 이길 수 있다는 부득탐승은, 별명이 돌부처인 이창호 9단에게도 가장 어려운 문제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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