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바둑리그] "감독님, 한번만 더 ..." 박상진 7단, 간절한 첫 승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3.19 08:58 | 최종 수정 2023.03.19 09:05 의견 0

바둑메카의정부가 통쾌한 승리를 거두며 어수선한 팀 분위기 수습에 성공했다.

바둑메카의정부는 우승 후보로 지목될 만큼 좋은 맴버를 갖고도 리그 중하위권을 전전했고, 지난 경기에서는 주장인 김지석 9단의 시간패 해프닝으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는 등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18일 저녁에 열린 KB바둑리그 인터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셀트리온을 3:1로 물리치며 꿀맛같은 승리를 맛보았다.

출전에 목말랐던 박상진 7단. 첫 승이라는 의미의 승리 세리머니. 그러나 김영삼 감독에게 한 번만 더 기용해 달라는 무언의 시위처럼 보인다. "계속 나온다면 이길 자신 있습니다" [한국기원]


이날 경기의 수훈갑은 이원영 9단 대신 출전해 팀의 첫 승점을 올린 4지명 박상진 7단이었다. 5지명인 문민종 5단이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출전 기회가 줄었던 박상진 7단은 최철한 9단을 상대로 그동안의 아쉬움을 맘껏 털어냈다.

그동안 최철한 9단에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박상진 7단은 초반부터 우변 백 대마를 괴롭히며 주도권을 잡았다. 최철한 9단은 좌변에서 전환점을 찾았고, 마침 삭감을 위해 침투한 흑을 끊어 전매특허인 전투 모드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박상진 7단도 강하게 버티다 오히려 흑이 잡힐 위기를 맞았다.

그랬다면 역전이었다. 하지만 최철한 9단이 좌상에서 실수를 범하면서 흑이 안전하게 연결됐고, 다시 차이는 벌어졌다. 도저히 집으로 안 된다고 계산한 최철한 9단이 227수 끝에 항복했다.

김지석 9단이 이번 시즌 계시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 지난 경기에서는 계시기를 안 눌러 시간패했고, 이번 경기에서는 계시기가 작동을 멈춰 10여 분간 기다려야 했다. [바둑TV]


바둑메카의정부는 김지석 9단이 심재익 6단에게 백 불계승을 거두면서 2:0의 리드를 잡았다.

김지석 9단은 중반부터 계속 불리했고, 설상가상으로 우변 일대의 백 대마가 몽땅 잡힐 위기에 빠졌다. 이 대마가 잡힌다면 바로 바둑이 끝날 수도 있는 위기. 하지만 백에게는 패로 버티는 마지막 수단이 남아 있었다.

승부가 걸린 엄청난 크기의 패였지만 심재익 6단이 너무 작은 팻감을 쓰는 바람에 김지석 9단이 패를 이겼고, 큰 차이로 끌려가던 바둑이 바로 역전됐다. 이후 김지석 9단이 중앙 흑까지 잡으면서 승부를 마무리했다.

시간이 변수였던 경기. 중반에는 설현준 8단(왼쪽)이 시간에 쫓겨 흔들렸고, 끝내기에서는 김명훈 9단이 초읽기에 몰려 실수를 연발했다. [한국기원]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던 바둑메카의정부 설현준 8단과 셀트리온 김명훈 9단의 경기에서는 설현준 8단이 226수 만에 백 불계로 이기며 팀의 승리를 확정했다.

중반부터 주도권을 쥐고 앞서가던 김명훈 9단이 상중앙에서 두 번의 실수로 백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찬스를 놓친 게 패인이 됐다. 그래도 흑이 미세하게 앞서갔지만 설현준 8단이 끝내기에서 역전을 끌어냈다. 김명훈 9단이 초읽기에 몰리며 끝내기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바람에 4집 정도 앞서던 바둑을 역전당했다.

셀트리온은 오래만에 경기에 출전한 송규상 6단이 문민종 6단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영봉패를 모면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인 바둑메카의정부의 설현준 8단(왼쪽)과 박상진 7단. [한국기원]

대국 후 인터뷰에서 박상진 7단은 "너무 오랜만에 나와 좋은 내용으로 승리해 기분이 좋다. 초반부터 생각보다 좋았고, 중간에 위기를 넘긴 다음부터는 계속 좋았던 것 같다"는 경기 소감을 남겼다. 이어 "계속 나오게 되면 이길 자신은 있다"고 말하고 김영삼 감독에게 다음에 한 번만 더 써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설현준 8단은 "초반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중앙이 뚫려서는 별로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잘 뒀으면 끝나는 분위기였는데 실수를 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 좌변에서 끝내기를 하면서 확실하게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고 돌아봤다.

바둑메카의정부는 이날 승리로 승점 17점(4승 6패)으로 수담리그 5위를 지켰다. 그러나 한 경기를 덜 치른 선두 정관장천녹과 승점 차이는 불과 3점에 불과하고, 3~5위의 승점이 같다. 앞으로 수담리그의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셀트리온은 승점 17점(6승 4패)으로 난가리그 2위를 유지했다.

2022-2023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이다. 사상 첫 양대 리그(난가리그-수담리그)로 운영하는 정규 시즌은 각 리그의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른다. 매 경기의 승점은 4:0 또는 3:1로 승리할 시 3점, 3:2로 승리할 시 2점, 2:3으로 패할 시 1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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