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위기십결(圍棋十訣)- 2.입계의완(入界宜緩)

박정원 기자 승인 2023.03.25 20:19 의견 0

입계의완(入界宜緩). 상대의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들어가라는 뜻이다.

적진으로 들어갈 때는 서서히 나아가야 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참고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 조급해 하지 말고 신중하라는 얘기다.

포석이 끝나면 내 진영과 상대 진영의 경계가 드러나게 된다. 포석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전투를 벌이거나 승부의 고비에서 적진에 뛰어들어야 할 때가 있다.

바둑에서 상대의 모양이 너무 크면 모양을 줄여야 한다. 상대의 집 모양을 줄이는 것을 삭감이라고 한다. 적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상대의 모양을 다 깰 수도 있지만 너무 깊게 들어가면 오히려 상대의 반격으로 침입했던 내 돌들이 다 잡힐 수도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입계의완(入界宜緩)의 자세다.

상대의 진영으로 들어갈 때는 너무 깊이 들어가 되려 공격 받지 않도록, 깊지 않게(공간적) 천천히(시간적) 착수해야 한다. 즉, 뛰어들기는 서둘러도 안 되고 깊이 들어가도 안 된다.

지금이 수비를 할 때인지 공격할 때인지, 내가 불리한 상황인지 유리한지를 아는 것이 형세 판단이다. 바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형세 판단이다. 형세 판단은 감각, 수읽기, 전투력 등 각자가 지닌 기량의 총체다.

상대의 진영에 들어갈지 말지를 정하고, 얼마만큼 깊이 들어갈지를 판단하는 것. 들어갈 때도 적의 심장부로 깊이 파고 들지 아니면 얕은 곳에서 삭감할지를 결정하는 것. 이런 형세 판단은 승부와 직결되는 고도의 전략 기술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든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때를 기다렸다가 침착하게 대처해야 이길 수 있다.

남의 경계를 침범할 때는 서두르지 말고 형세를 잘 판단해 나아가라는 입계의완은 생활에 바로 적용되는 가르침이다.

상대 세력이 강한 곳에서는 몸을 낮추고 겸허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잘 모르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투자를 할 때도 무턱대고 일을 크게 벌이지 말고 분위기를 익히면서 천천히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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