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 나하고 놀자] 위기십결(圍棋十訣)- 3.공피고아(攻彼顧我)
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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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2 19:59 | 최종 수정 2023.04.0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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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십결의 세 번째는 공피고아(攻彼顧我)다.
직역하면 "남을 공격하려면 나를 돌아보라"는 말이다. 상대를 공격하기에 앞서 나에게 빈틈은 없는지 반격 당할 여지는 없는지를 잘 살피라는 뜻이다.
내가 먼저 안정이 되고 난 후에 상대를 공격하라는 바둑 격언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공격을 할 때는 상대방에게 집중하게 돼 나의 빈틈을 놓치기 쉽다. 공격의 희열과 긴장감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보지 못하고, 상대도 내 약점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의 대마를 추궁하려다 오히려 내 돌들이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피고아(攻彼顧我)가 주는 교훈은 적진에 들어가 집 모양을 부수거나, 상대편 돌을 잡으려 할 때 먼저 내 돌과 집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약한 곳부터 튼튼하게 만들고, 공격을 할 때도 내 돌과 집이 안전한지 수시로 돌아봐야 한다.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공격하러 나서는 그 순간이 바로 수비가 가장 취약해질 때다. 적의 급소를 치러 갈 때 정작 자신의 약점이나 상황을 점검하지 않아 역습당하는 낭패를 보게 된다
공피고아는 바둑의 기술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대국을 하다 보면 감정적으로 흐르기 쉽다. 감정의 흔들림은 반상에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유리한 대국이든 불리한 대국이든 감정이 앞서 그르치지 않도록 냉철하게 자신을 컨트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도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나서 일을 벌이는 것이 좋다.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나의 빈틈을 방비하면 상대가 이길 수 없듯이, 무슨 일이든 스스로 체크하고 시작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에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가 있지만, '지피(知彼)'보다 '지기(知己)'가 먼저다. 일단 나를 잘 파악해서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바둑에서 서로 끊임없이 수읽기를 하지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의 대응을 예상해 전략을 짤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대도 마찬가지일테니, 자기부터 점검하고 대국에 임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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