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바둑리그] 신진서의 Kixx,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5.20 10:07 | 최종 수정 2023.05.20 13:44 의견 0

작년 12월 28일 개막한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 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신진서 9단의 Kixx가 극적인 포스트 시즌 진출로 대미를 장식했다.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Kixx 선수단. 마지막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왼쪽이 김영환 감독. [한국기원]


19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난가리그 10라운드 마지막 경기이자 정규 리그를 마무리하는 경기에서 Kixx가 한국물가정보를 4:0으로 물리쳤다.

이번 시즌 Kixx의 첫 완봉승이 마지막 경기, 가장 필요한 순간에 나왔다.

경기 전까지 승점 22점으로 5위에 자리하던 Kixx가 준PO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승점 3점이 필요했다. 3위인 포스코퓨처엠의 승점은 25점. 이 경기에서 Kixx가 3점을 얻으면 포스코퓨처엠과 승점이 같아져, 팀 승수에서 앞선 Kixx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Kixx의 마지막 상대는 리그 1위를 확정한 한국물가정보였고, 멤버 교체 없이 기존 선수들로 오더를 낸 상태라 Kixx에게는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Kixx의 선수들이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다.

Kixx의 선봉장은 신진서 9단이었다. 사흘 전 YK건기배에서 연패의 아픔을 안겼던 강동윤 9단을 상대로 206수 만에 불계승하며 설욕했다. 신진서 9단은 계속 우세하게 경기를 이끌었고 좌하 백 7점과 하변 흑 대마를 바꿔치기하며 승기를 굳혀 승부를 끝냈다.

신진서 9단은 20승 2패로 정규 리그를 마감하면서 단일 시즌 20승을 돌파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리고 11번째로 리그 통산 120승을 달성하는 한편, 2위 그룹과 4승 차이를 벌리며 개인 다승 1위에 올랐다. 신진서 9단은 2년 연속이자 총 여섯 번째 바둑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신진서 9단(왼쪽)은 작심한 듯 시종 강동윤 9단을 몰아붙였다. 이날 승리로 신진서 9단은 최초 단일 시즌 20승 돌파, 2년 연속 다승왕, 리그 통산 120승 달성 등 각종 기록을 양산했다. [한국기원]


Kixx는 1국과 거의 동시에 끝난 2국에서 백현우 5단이 강승민 8단을 눌러 2:0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게만 느껴졌던 포스트 시즌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은 두 판의 경기 중 한 경기만 잡으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게 된 Kixx.

맏형들이 부진할 때 신진서 9단과 함께 팀을 지탱했던 백현우 5단(오른쪽). 2:0으로 앞서는 승점을 획득해 뒤에 나오는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4지명이지만 8승 6패의 좋은 성적으로 정규 리그를 마쳤다. [한국기원]


가장 필요한 1승을 가져다 준 선수는 2지명 박진솔 9단이었다. 팀의 고참이자 2지명으로 그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여 마음고생이 심했을 박진솔 9단이 4국에서 한승주 9단을 압도하며 141수 만에 승리했다.

박진솔 9단(오른쪽)이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분풀이하듯 한승주 9단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귀중한 승점을 따냈다. Kixx가 포스트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박진솔 9단의 부활이 절실하다. [한국기원]


그리고 피날레는 퓨처스리거 박재근 6단의 몫이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첫 출전의 기회를 잡은 박재근 6단은, 정규 리그 4승 2패의 성적을 올리고 있던 진시영 9단에게 백으로 1집 반을 남기는 역전승을 거두며 팀의 4:0 완봉승을 완성시켰다. 김영환 감독은 "퓨처스 선수를 잘 기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안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기회를 줬는데, 그 기회를 잘 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부진한 선수들을 대신해 첫 출전의 기회를 받은 박재근 6단(왼쪽)이 진시영 9단을 이기며 김영환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포스트 시즌에서의 기용이 유력해 보인다. [한국기원]


Kixx는 4:0 완봉승을 거두면서 승점 3점을 얻어 승점 25점(10승 6패)으로 난가리그 3위에 올라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포스코퓨처엠(승점 25점, 7승 9패)은 승점은 같지만 팀 승수에서 뒤져 아깝게 탈락했다.

포스트 시즌 진출 확정 후 김영환 감독은 "대만 보물섬정예와의 대국에서 패하면서 어려워졌다. 선수들이 부담스런 대국인데 너무 잘해줬다. 칭찬해주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규 리그를 끝내면서는 "여러가지 일이 많았다. 신진서 선수를 혹사한 것 같기도 하고... 맏형들이 신진서 선수에게 미안해 하기도 했는데, 그 선수들이 마지막에 역할을 해주면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영환 감독은 그동안 부진했던 선수들에 대해 "지금까지 많이 말아 먹었으니까(웃음) 포스트 시즌에서 힘 좀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격려했다.

신진서 9단은 "팀이 중요하기 때문에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더가 잘 나와 팀도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이날 경기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어 최근 연패에 대해서는 "멈춰야 할 때 너무 손이 빨리 나온 것 같다. 피곤할 때 손이 빨리 나오는 게 있는 것 같아서 고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신만고 끝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Kixx의 김영환 감독과 신진서 9단이 대국 후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기원]


난가리그의 Kixx를 마지막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팀들이 모두 결정됐다. 한국물가정보와 정관장천녹이 각각 난가리그와 수담리그 플레이오프에 선착한 가운데, 난가리그는 셀트리온과 Kixx, 수담리그는 수려한합천과 울산고려아연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포스트시즌은 리그별로 준플레이오프(3번기)-플레이오프(3번기)를 거친 다음 양 리그의 1위 팀이 챔피언 결정전(3번기)를 통해 우승 팀을 가린다. 준PO부터는 에이스 결정전 없이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저녁 7시 동시에 시작하는 1∼3국의 결과에 따라 4국과 5국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또한 3위로 준PO에 올라간 Kixx와 울산고려아연은 첫 경기에 한해 1∼5국 오더를 사전 공개하는 핸디캡을 갖는다.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포스트 시즌 대진 일정표. [한국기원]


2022-2023 KB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플레이오프 탈락 팀 4000만 원, 준플레이오프 탈락 팀 2000만 원이다. 상금과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 팀에는 1200만 원, 패한 팀에는 600만 원의 대국료를 차등 지급한다(해외 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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