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팔코사놀] 작심하고 나온 신진서, 결승 1국 선승···박정환에게 8연승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5.22 20:53 | 최종 수정 2023.05.22 20:59 의견 0

올해 승률 94%까지 찍으며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다가 란커배 이후 2연패를 당하며 주춤했던 신진서 9단.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썩 좋은 모습이 아니어서 주위의 우려가 컸다.

하지만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창설 이후 한 번도 우승을 뺏기지 않았던 이 대회 결승에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대회 4연패를 향한 발걸음도 가볍게 뗐다.

다소 긴장한 듯 결연한 표정의 신진서 9단. 결승 1국을 승리하며 대회 4연패를 향해 기분 좋게 출발했다.


22일 오후 경기도 판교에 있는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5번기 제1국에서 신진서 9단이 박정환 9단을 197수 만에 흑 불계로 물리치고 기선을 제압했다.

신진서 9단은 최근 부진한 성적 탓인지 대국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었다. 한편으로는 결연해 보이는 표정에서 이번 결승 대국을 앞두고 많은 준비를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결승전 상대는 박정환 9단.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결승에서만 세 번이나 만나는 부담스러운 상대다. 작년 8월 14일 이후 7연승을 거두고 있지만 만날 때마다 승리를 점칠 수 없는 까다로운 상대임은 분명했다. 이번 결승은 두 선수 간의 열세 번째 결승 대결이다. 그동안 신진서 9단이 8승 4패로 앞섰다.

대국을 시작하기에 앞서 돌을 가린 결과 신진서 9단의 흑번으로 결정됐다.


돌을 가린 결과 신진서 9단의 흑번. 결승 5번기 돌의 순서가 정해졌다.

초반은 흑을 쥔 신진서 9단의 우세로 진행됐다. 신진서 9단이 흑을 잡은 이점을 살려 주도적으로 판을 짜면서 좌변에서 백 2점을 잡고, 우하귀에 파고들어 살면서 실리에서 앞섰다.

박정환 9단도 상변을 삭감하는 한편, 우하변에서 우하귀를 잡는 것과 우변 백 3점을 연결하는 것을 맞보기로 하면서 추격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는 우변이었다. 신진서 9단이 우변 백 3점을 잡자고 나선 것. 승부를 끝장내려는 승부수였다. 신진서 9단도 쉽게 끝낼 수 있는 수를 놓치면서 약간 무리한 공격이었지만, 박정환 9단이 치명적인 실수를 하면서 흐름이 흑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마늘모로 붙인 백 124 수가 패착. 이 수로 흑 두 점 사이를 끼웠으면(흑 127자리) 탈출이 가능했다. 흑 125·127으로 우변 백 5점이 잡히면서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박정환 9단이 이후 우하귀를 잡고 60수 가량 더 두었지만 변화를 구할 곳이 남아 있지 않았다.

박정환 9단이 백 124(▲표시)로 붙인 수가 패착이었다.

[참고도 1] 흑 사이에 끼우는 백 1이 최선의 수였다.
[참고도 2] 백은 11까지 탈츨할 수 있었다. 그랬다면 긴 바둑이 됐을 것이리는 것이 중론이다.


대국 후 신진서 9단은 "판단이 대충 되어야 하는데 판단이 되질 않았다. 백돌을 잡기 전까진 형세가 어떤지 잘 몰랐다. 박정환 선수가 착각을 해 백돌을 잡으면서 유리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용도 중요하지만 당연히 결과도 더 중요하다. 내용은 아직 잘 뒀는지 모르겠지만 안 좋은 내용을 보여드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오늘 경기를 정리했다.

이어 "중요한 대회가 앞으로 많아서 배운다는 자세로 둬야 할 것 같다. 결승을 통해서 성장했으면 좋겠고, 첫 판을 이겼기 때문에 나머지 판도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결승 번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신진서 9단(오른쪽)이 결승 5번기를 시작하는 첫 수를 착점하고 있다.


박정환 9단은 "초반에 좌변 쪽에서 손해본 것 같다. 좀 나빴는데 나중에 결정적으로 수읽기 착각을 해서 아쉽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 "1국이 중요한데 너무 힘없이 진 것 같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최대한 준비해서 5국까지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신진서 9단에게 8연패를 기록 중인 박정환 9단. 초반 불리한 형세에서 잘 따라갔지만 수읽기에서 착각하며 첫 판을 내주고 말았다.


결승 2국은 24일(수)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리며, 결승 3국은 6월 27일 춘천에서 열릴 예정이다.

인포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 방송을 맡은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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