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바둑리그] 원익, 해프닝 덕에 전반기 전승으로 마무리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4.02.11 09:19 의견 0

원익이 운 좋게 승리를 얻었고, 한국물가정보는 손안에 들어온 승리를 놓쳤다. 덕분에 원익은 전반기 전승을 거두며 강력한 우승 후보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해프닝으로 끝난 이지현 9단(왼쪽)과 당이페이 9단의 2국 모습. 충격적인 역전패에 당이페이 9단은 복기 없이 바로 바독돌을 쓸어 담았다. [한국기원]


설날인 10일 저녁, 양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 원익과 한국물가정보의 7라운드 3경기가 열렸다. 결과는 원익의 3:1 승리. 그러나 한국물가정보가 충분히 3:1로 승리할 수 있던 경기였다.

원익의 박정환 9단이 2국에서 박민규 8단에게 낙승하며 선제점을 가져간 가운데 1국 장고판부터 한국물가정보의 비극이 시작됐다.

지난 라운드 결장한 박정환 9단(오른쪽)이 박민규 8단에게 낙승을 거두고 팀의 배려에 보답했다. [한국기원]


슬픈 드라마의 첫 주인공은 한국물가정보의 당이페이 9단이었다. 이지현 9단을 맞아 거대한 좌중앙 백 대마를 다 잡아 놓고도, 중앙의 요석이 끊기는 곳을 연결하는 수순을 깜박하면서 허망하게 역전패했다. 당이페이 9단은 이미 이어져 있다고 착각하고 다음 수순을 진행한 것. 바둑TV 유창혁 해설 위원도 "헛것이 보인 겁니다. (연결을)해 놨다고 생각이 든겁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낼 정도였다.

문제의 장면. 당이페이 9단이 좌상귀에 날일자로 두자 이지현 9단이 백 182로 끊어 흑 3점을 잡고 좌하 백 대마를 살렸다. 당이페이 9단은 이 곳을 연결해 놨다고 착각했다. [한국기원]

본인의 착각을 알아차린 당이페이 9단이 황당해 하는 모습. 한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바둑TV]


한국물가정보는 주장 강동윤 9단마저 김진휘 6단에게 역전패를 당하면서 팀의 패배가 결정지어졌다.

강동윤 9단은 중후반까지 승률 99%의 큰 격차로 앞서 있었다. 그러나 김진휘 6단의 흔들기 전략에 덩달아 강하게 버티면서 혼전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좌변에서 잡을 수 있던 돌이 패가 되자 강동윤 9단이 당황했다. 패에 집착한 강 9단이 두 번 백을 따내며 패를 해소하는 사이 김진휘 6단이 좌중앙에 잡혀 있던 백 1점을 살려나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중앙 흑 대마의 활로가 막히며 사활이 문제가 됐고, 결과적으로 좌변 백돌과 우중앙 흑 대마의 말도 안 되는 바꿔치기가 이뤄지며 김진휘 6단이 대역전승했다.

강동윤 9단(오른쪽)과 김진휘 6단의 대국 모습 [한국기원]


한국물가정보는 한승주 9단이 박영훈 9단을 이기면서 먼저 끝난 두 판의 결과가 더욱 아쉬웠다.

행운의 승리를 얻은 원익은 7전 전승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승점 19점으로 압도적 선두다.

반면 우승 후보였던 한국물가정보는 3승 4패(승점 10점)으로 3위에 자리했지만, 상위권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주장 강동윤 9단이 3승 6패, 당이페이 9단이 2패로 부진한 것이 팀 성적에 바로 연결되고 있다.

중국갑조리그 마지막 정규 리그 경기에 출전하느라 지난 라운드에 결장한 박정환 9단. "팀에 죄송한 마음이었다. 1초도 안 쉬고 계속 응원했다"고 말했다. 전반기 6승 1패. [한국기원]

이기고도 쑥쓰러워한 이지현 9단. 행운도 따르면서 전반기 5승 3패의 성적을 올렸다. [한국기원]

원익은 김진휘 6단이 맹활약하면서 최고의 팀웍을 보이고 있다. 4지명이지만 5승 1패로 다승 6위다. [한국기원]

최근 강동윤 9단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오늘 패배로 바둑리그에서 4연패, 타 기전 포함 6연패 중이다. [한국기원]

한국물가정보는 한승주 9단의 활약이 힘이 되고 있다. 6승 1패로 다승 2위다. [한국기원]


◆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3경기(괄호 안은 지명 순서)

한국물가정보 원익 결과 비고
(후) 당이페이 X (2) 이지현 O 186수, 백 불계승 장고
(3) 박민규 X (1) 박정환 O 125수, 흑 불계승 속기
(1) 강동윤 X (4) 김진휘 O 206수, 백 불계승 속기
(2) 한승주 O (3) 박영훈 X 202수, 백 불계승 속기
1 3

※ 제한 시간(시간누적방식) : 장고판 40분+20초, 속기판 10분+20초

11일(일)에는 수려한합천과 마한의심장 영암의 7라운드 4경기가 열린다. 대진은 원성진-박종훈(0:1), 김승진-최철한(0:0), 한태희-안성준(1:1), 송지훈-설현준(3:7)의 순서다(괄호 안은 상대 전적, 앞 선수가 수려한합천).

8개 팀이 출전해 단일 리그로 치러지는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14라운드(더블리그)의 정규 리그와 스텝래더 방식으로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상금은 우승 2억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이며 상금과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 팀에 1400만 원, 패배 팀에 700만 원의 대국료를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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