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바둑리그] 안성준과 팀 '영암', 전반기 마지막에 웃다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4.02.12 01:34 의견 0

지독한 침체에 빠져있던 주장 안성준이 살아나자 영암 팀이 창단 첫 완봉승으로 화답했다.

영암 승리의 주역 박종훈 7단(왼쪽)과 안성준 9단이 대국이 끝난 후 활짝 웃고 있다. [한국기원]


11일 저녁에 열린 2023-2024 KB바둑리그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마한의심장 영암이 수려한합천을 4:0으로 물리치고 전반기를 통쾌하게 마무리했다.

개막 후 7연패를 당하며 역대 1지명 최다 연패 기록을 갈아치운 안성준 9단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힘을 냈다. 수려한합천 4지명 한태희 8단에게 178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상대 전적 1승 1패지만 리그 성적은 4승 2패로 훨씬 앞선 한태희 8단을 상대로 안성준 9단이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냈다.

팽팽하던 중반, 우상 한태희 8단의 진영에 안성준 9단이 응수 타진을 했을 때 한태희 8단이 이 돌을 잡자고 나선 게 화근이었다. 우상귀는 잡았지만 안성준 9단에게 두텁게 중앙을 싸발리면서 큰 집이 났다. 흑이 부분 전투는 이겼지만 대세를 백에게 넘겨준 꼴이 됐다.

순식간에 승기를 잡은 안성준 9단은 역전패를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조심스럽게 마무리를 한 끝에 긴 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

연패에서 탈출한 안성준 9단의 승리로 영암은 3:0으로 팀 승리도 결정지었다.

안성준 9단(왼쪽)이 한태희 8단을 꺾고 긴 연패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한국기원]


앞서 영암은 최철한 9단이 김승진 4단을 꺾고 선제점을 올렸고, 박종훈 7단이 수려한합천의 주장 원성진 9단을 물리치고 2:0의 리드를 잡았다.

최철한 9단은 21년의 나이 차가 나는 김승진 4단에게 초반 고전했다. 그러나 특기인 난전으로 중반전을 이끌면서 상대를 흔들었고, 결국 우변 백 대마를 몰살시키면서 승부를 끝냈다.

박종훈 7단은 우변과 중앙에서 두터움을 그대로 집으로 만들며 수월하게 승리를 낚았다. 원성진 9단에게도 기회가 왔지만 실리를 챙기느라 적극적인 변화에 나서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마한의심장 영암은 설현준 8단이 송지훈 8단에게 5집 반을 이기면서 팀 창단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최철한 9단(오른쪽)과 김승진 4단. 최철한 9단의 경험과 노련미를 감승진 4단이 당해 내지 못했다. 최철한 9단은 김승진 4단이 태어난 다음해인 2007년 바둑리그 MVP였다. [한국기원]

양 팀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1국에서 박종훈 7단(왼쪽)이 원성진 9단을 물리쳤다. 원성진 9단은 5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한국기원]

설현준 8단(오른쪽)이 송지훈 8단을 누르고 완봉승의 마지막 조각을 맞췄다. [한국기원]


대국 후 안성준 9단은 "프로 기사가 된 후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본 게 처음일 정도로 좋지 않은 것으로 관심을 받게 돼 죄송하고,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한 판 한 판 둘 때마다 무겁게 뒀다"고 말했다. 연패 기간 동안 가장 아쉬웠던 대국으로 구쯔하오 9단과의 경기를 꼽은 안성준 9단은 "대국 후 하루 종일 잠도 못 잘 정도였고, 아직도 그 바둑을 생각하면 울컥할 정도"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두 판 질 때는 괜찮았는데 자꾸 쌓이다보니 저도 모르게 위축됐다"는 안 9단은 "팀전이 되다 보니 그러지 말자 해도 위축되는 모습이 보여 답답했다"며 "오늘은 한 판 더 져도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두려고 했다"고 승인을 밝혔다.

밝은 표정으로 시즌 첫 승자 인터뷰를 하는 안성준 9단 [바둑TV]

노장의 관록을 보여 준 최철한 9단 [한국기원]

소리 없이 강한 박종훈 7단. 4승 2패로 한몫을 단단히 했다. [한국기원]

꾸준함의 대명사 설현준 8단. 5승 3패의 성적이다. [한국기원]


마한의심장 영암은 승점 3점을 보태며 2승 5패(승점 8점)으로 최하위에서 벗어나 7위로 올라섰다. 반면 수려한합천은 초반 3연승 후 4연패를 당했지만, 3승 4패(승점 10점)으로 4위를 유지했다.

◆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7라운드 4경기

수려한합천 마한의심장 영암 결과 비고
(1) 원성진 X (4) 박종훈 O 222수, 백 불계승 장고
(후) 김승진 X (3) 최철한 O 197수, 흑 불계승 속기
(4) 한태희 X (1) 안성준 O 178수, 백 불계승 속기
(3) 송지훈 X (2) 설현준 O 229수, 흑 5집 반 승 속기
0 4

※ 제한 시간(시간누적방식) : 장고판 40분+20초, 속기판 10분+20초, 에이스 결정전 1분+20초

전반기를 마무리한 KB바둑리그는 다음주 한 주를 쉬고 22일(목)부터 후반기를 시작하는 8라운드가 속개된다.

대진은 Kixx-원익(22일), 울산 고려아연-바둑메카 의정부(23일), 마한의심장 영암-정관장천녹(24일), 한국물가정보-수려한합천의 순서다. Kixx의 신진서 9단은 농심신라면배 최종 라운드와 일정이 겹쳐 출전하지 않는다.

8개 팀이 출전해 단일 리그로 치러지는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14라운드(더블리그)의 정규 리그와 스텝래더 방식으로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상금은 우승 2억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이며 상금과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 팀에 1400만 원, 패배 팀에 700만 원의 대국료를 지급한다.

2023-2024 KB바둑리그 전반기 팀 순위 [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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