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사결정전] '졌잘싸' 임상규, 강렬했던 데뷔전···박정환에 분패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4.02.28 20:18 | 최종 수정 2024.02.28 20:32 의견 0

"리그전을 많이 즐기고 싶었는데 첫판부터 엄청난 고전을 해서 리그전이 순탄치 않게 진행될 것 같다고 느꼈다"(박정환 9단)

1차 예선부터 8연승을 하고 본선에 올라 온 임상규 2단이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랭킹 2위 박정환 9단을 거의 패배 직전까지 호되게 몰아붙였다. 비록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상대를 몰아가는 힘과 전투력을 선보여 본선 리그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

대회 첫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박정환 9단은 막판 상대의 실수를 틈타 승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박정환 9단(왼쪽)과 임상규 2단. 시종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K바둑]


28일 오후 경기도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본선 1회전 2경기에서 박정환 9단이 임상규 2단에게 202수만에 백 불계승했다.

임상규 2단의 흑번으로 시작된 경기는 박정환 9단의 실리와 임상규 2단의 세력이 맞서며 팽팽하게 흘러갔다.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 곳은 중앙이었다. 박정환 9단이 백 58로 어깨를 짚어 흑의 중앙 세력을 삭감하려 하자, 임상규 2단의 공격 본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임상규 2단은 적당히 공격하며 집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작정하고 백돌을 잡으러 나섰다. 흑은 모양에 상관않고 일직선으로 공격해 들어갔고, 당황한 박정환 9단은 중앙 대마 타개에 급급했다. 결국 백 대마는 살았지만, 흑이 우하 일대를 크게 손에 넣고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잘 두어 가던 임상규 2단이 상변 패싸움에서 조금 흔들렸고, 이 패와 연결된 좌하귀 싸움에서 승부가 나 버렸다.

박정환 9단이 좌하귀 흑돌을 잡기 위해 패를 걸었고, 임상규 2단이 좌상에서 팻감을 쓴 수(흑 179)가 패착이 됐다. 상변 백 대마를 끊어 잡으려는 팻감이었지만, 백이 이를 호구로 받자 오히려 상변 흑 대마가 잡히게 됐다. 상변 대마를 살리면 좌하귀 대마가 잡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벌어진 것. 임상규 2단은 어쩔 수 없이 좌하귀 패를 따냈고, 박정환 9단이 바로 상변 흑 대마를 잡고 바둑을 역전시켰다.

게다가 끝내기에서 백이 좌하귀에서 수를 내 귀살이에 성공하고, 좌변 흑돌도 잡으면서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항복을 받아냈다.

중앙 전투의 고비에서 장고하고 있는 박정환 9단 [K바둑]


대국 후 박정환 9단은 "중반부터 너무 공격을 많이 당해서 실수도 많았고, 중간에 결정적인 착각을 여러 번 해서 이기기 힘들다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박정환 9단은 "초반에는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 중반에 흑 진영에 어깨짚어 삭감해 갔을 때 흑에게 바로 씌워가는 수를 당해 많이 갑갑했고, (그때부터) 조금씩 나빠지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승부처를 돌아봤다.

계속해서 박정환 9단은 "최근 컨디션은 보통이다. 요즘 간단한 착각이 많이 나와서 자책을 하다보니, 그 자책이 또 실수를 낳는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신중하게 두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정환 9단의 다음 상대는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이다. 박정환 9단은 "상당히 기대된다"면서 "재미있는 바둑을 두겠다"고 말했다.

얌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엄청난 공격력을 보인 임상규 2단. 다른 본선 멤버들의 요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K바둑]


본선 1라운드는 신민준-안성준(29일), 이창석-나카무라 스미레(3월 3일)의 두 경기가 남아 있다. 박민규 9단은 이번 라운드 휴번으로 대진이 없다.

제5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본선은 예선 통과자 4명(신민준‧안성준‧김정현 9단, 임상규 2단)과 전기 대회 시드 4명(박정환·변상일·박민규·이창석 9단), 후원사 시드 1명(나카무라 스미레 3단) 등 9명이 풀리그로 타이틀 보유자 신진서 9단에게 도전할 1명을 가린다.

인포벨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 방송을 맡은 제5기 쏘팔 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 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60분+30초의 피셔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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