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바둑리그] 해프닝으로 끝난 명승부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4.04.01 09:13 의견 0

자정을 넘기며 이번 시즌 첫 1박 2일로 펼쳐진 명승부가 시간 관련 해프닝으로 아쉽게 끝났다.

심판이 두 선수에게 규정을 설명하고 있다. 양카이원 9단이 사석을 다 들어내지 않고 계시기를 눌러 반칙패 처리됐다. [한국기원]


양카이원 9단(바둑메카 의정부)과 변상일 9단(정관장천녹)의 에이스 결정전에서 초 읽기 중에 양카이원 9단이 변상일 9단의 사석을 따냈다. 그런데 사석이 많자 양카이원 9단이 사석 1개를 마저 따내지 않은 상태로 계시가를 눌렀다. 사석이 많을 경우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따내면 되는데, 이 규정이 중국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심판이 이를 문제삼았고 상대 변상일 9단은 괜찮다고 했지만, 양 팀 감독과 심판이 협의한 결과 양카이원 9단의 반칙패로 결정됐다. 사전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양카이원 9단은 억울하게 승리를 놓쳐 버렸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됐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두 팀 모두 찜찜하기는 마찬가지.

사실 이번 라운드를 시작 전만해도 바둑메카 의정부와 정관장천녹은 포스트 시즌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지만, 중위권 팀들의 선전으로 탈락이 확정됐다.

이번 라운드에서 마한의심장 영암, 수려한합천, 한국물가정보 등 중위권 팀들이 모두 이기면서 승점 차이가 5점으로 벌어졌고, 마지막 라운드에 마한의심장 영암과 수려한합천이 대결하면서 바둑메카 의정부와 정관장천녹이 이날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탈락이 결정됐다.

비운의 두 팀이 31일 저녁 2023-2024 KB바둑리그 13라운드 4경기에서 만났다. 바둑메카 의정부는 양카이원 9단까지 오더에 포함시키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김이 새 버린 모양이 됐다. 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두 팀의 대결은 뜨거웠다.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며 이번 시즌 첫 1박 2일 경기로 펼쳐졌다. 해프닝으로 찜찜하게 마무리된 가운데 정관장천녹이 3:2로 승리했다.

바둑메카 의정부가 양카이원 9단과 박건호 9단을 앞세워 첫 1·2국을 가져가자, 정관장천녹이 바로 3·4국을 가져가며 반격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바둑메카 의정부의 박건호 9단이 정관장천녹의 주장 변상일 9단을 눌렀고, 반대로 정관장천녹의 홍성지 9단은 바둑메카 의정부의 주장 김명훈 9단을 꺾었다.

박건호 9단(왼쪽)이 변상일 9단의 대마를 잡고 선취점을 올렸다. 박건호 9단은 변상일 9단에게 6승 5패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기원]

양카이원 9단(오른쪽)이 처음 대국을 가진 박상진 7단을 가볍게 눌렀다. [한국기원]

김정현 9단(왼쪽)이 이원영 9단을 꺾고 반격의 1승을 올렸다. [한국기원]

홍성지 9단(오른쪽)이 김명훈 9단에게 극적인 반집승을 거두고 에이스 결정전을 성사시켰다. [한국기원]


에이스 결정전에는 변상일 9단(정관장천녹)과 양카이원 9단(바둑메카 의정부)이 대결했다.

2022년 1월 이후 2년 만에 만난 두 선수는 대국 내내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초반은 양카이원 9단이 우하 전투에서 크게 이득을 보며 우세한 형세를 굳혔다. 중반은 변상일 9단의 페이스. 유리한 형세임에도 양카이원 9단의 무리한 행마를 응징해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후반 마무리 국면에서 변상일 9단이 좌상에서 실수하며 다시 양카이원 9단이 리드를 잡아 무난히 골인하나 했지만, 막판 패싸움 속 해프닝으로 변상일 9단이 반칙승했다.

반칙패 선언 후 양카이원 9단(오른쪽)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상대 변상일 9단도 불편한 기색이다. [한국기원]


정관장천녹은 승점 17점(6승 7패)로 6위, 바둑메카 의정부는 승점 16점(4승 9패)으로 7위를 지켰다.

◆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4경기 (괄호 안은 지명순서)

정관장천녹 바둑메카 의정부 결과 비고
(후) 박상진 X (후) 양카이원 O 171수, 흑 불계승 장고
(1) 변상일 X (2) 박건호 O 269수, 백 22집 반 승 속기
(3) 김정현 O (3) 이원영 X 252수, 백 불계승 속기
(2) 홍성지 O (1) 김명훈 X 290수, 흑 반집승 속기
(1) 변상일 O (후) 양카이원 X 299수, 백 반칙승 에이스결정전
3 2

※ 제한 시간(시간누적방식) : 장고판 40분+20초, 속기판 10분+20초, 에이스 결정전 1분+20초

하루 2승 직전에 아쉽게 패한 양카이원 9단 [한국기원]

변상일 9단도 이런 식의 결말을 원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기원]

변상일 잡는 박건호 9단 [한국기원]

김정현 9단은 6승 6패의 성적이다. [한국기원]

딸과 함께한 승리 세리머니로 바둑 팬들의 관심을 받은 홍성지 9단 [한국기원]


다음주에는 정규 리그 마지막 14라운드가 4일(목)에 통합 라운드로 동시에 열린다. 대진은 수려한합천-마한의심장 영암, 한국물가정보-원익, 바둑메카 의정부-Kixx, 정관장천녹-울산 고려아연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마지막 1팀과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8개 팀이 출전해 단일 리그로 치러지는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14라운드(더블리그)의 정규 리그와 스텝래더 방식으로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상금은 우승 2억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이며 상금과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마다 승리 팀에 1400만 원, 패배 팀에 700만 원의 대국료를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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