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붕배 대회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김은지 9단이 입단한 지 40일밖에 안 되는 이민석 초단에게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올해 2월 23일에 입단한 이민석 초단(왼쪽)이 김은지 9단을 꺾는 대이변을 만들었다. [K바둑]


4일 오후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5기 이붕배 신예 최고위전 본선 8강 4경기에서 이민석 초단이 김은지 9단을 2:1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후원사 시드로 본선에 합류한 김은지 9단은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여자 기사 랭킹 2위, 최단 기간에 9단 승단, 신예·여자 기전 우승 총 5회 등 남녀 통틀어 차세대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강자다.

반면 이민석 초단은 2009년생으로 올해 2월 23일 제157회 일반입단대회로 입단한 새내기 초단이다. 이번 이붕배가 프로 기사가 된 후 처음 출전한 대회다.

경력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두 기사의 대국은 대다수가 김은지 9단의 승리를 예상한 경기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민석 초단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3번기 1국은 이민석 초단의 승리. 22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민석 초단이 초반 판을 잘 짰고, 중반 김은지 9단이 중앙 전투에서 무리를 하면서 백이 승세를 굳혔다.

이어진 2국은 김은지 9단의 완승국이었다. 김은지 9단은 우상귀를 버리는 대신 우변을 두텁게 만들었고, 이어 좌변에 큰 집 모양을 만들어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229수 끝, 백 불계승.

승부판이 된 3국은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었다. 후반 무렵까지 서로 리드를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맞섰던 형세가 김은지 9단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미세했지만 최소한 백의 반집 승리가 굳어질 즈음, 김은지 9단의 실수가 나왔다.

하변에서 1선을 젖힌 백 232가 문제의 한 수. 하변 옆자리의 뒷맛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흑에게 선수를 뺏겨 좌변 백 한 점이 잡혔다. 이것으로 흑의 역전. 그리고 흑이 백 한 점을 따낸 이 곳이 반집 승부를 결정할 반패가 됐다. 팻감은 백이 흑을 감당할 수 없었고, 패배를 확인한 김은지 9단이 항복을 선언했다.

"신예답지 않은 노련함이 있다. 차분하면서 기회를 기다릴 줄 알고, 미세한 바둑도 잘 두는 것 같다. 단점은 너무 피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 점은 고쳐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이민석 초단의 대국을 지켜본 백홍석 K바둑 해설위원의 평가다.

김은지 9단(왼쪽)과 이민석 초단의 3국 대국 모습 [K바둑]


이민석 초단은 "3국은 너무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면서 "반패가 남았을 때는 이긴 줄 알았다"고 돌아봤다. 이민석 초단은 세 판 모두 초반에 김은지 9단보다 빠른 속도로 둔 것에 대해 "연구가 돼 있는 부분도 있고, 즉석에서 둔 것도 있다"고 답했다.

이민석 초단은 4강에서 입단 동기인 강재우 초단과 대결한다. 두 기사는 같은 장수영 바둑도장 출신이다. 이민석 초단은 입단 전에 강 초단과 연습 대국은 많이 뒀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고 전하면서 "인공지능으로 포석 공부를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첫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민석 초단 [K바둑]


5일(금)에는 김승진 4단과 엄동건 2단의 4강전 1경기가 열린다. 두 선수는 2023년 6월 대통령배 전국 바둑대회에서 만나 김승진 4단이 승리한 바 있다.

2022년 이후 입단자(49명)와 나이 어린 기사(7명)를 대상으로 하는 신예 기전인 제5기 이붕배 신예 최고위전은 예선을 통과한 7명의 선수와 본선 시드를 받은 김은지 9단 등 8명이 8강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린다.

이번 대회 본선은 매 라운드 3번기로 진행된다. 대국 종료 15분 뒤 다음 대국을 속개해 라운드 진출자를 가린다.

제5기 이붕배 신예 최고위전 본선 대진표


㈜삼원일모와 이붕장학회가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 방송을 맡은 제5기 이붕배 신예 최고위전의 우승 상금은 1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500만 원이다. 제한 시간은 시간누적방식(피셔방식)으로 각자 5분에 추가 시간 20초씩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