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일이 세계 대회 4강 징크스에서 탈출하며 춘란배 결승에 올랐다. 승률 2%대의 바닥에서 끈질기게 따라붙어 기적같은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한국은 변상일 9단이 결승에 진출하면서 LG배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준결승에서 전원 탈락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신진서 9단은 아쉽게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1일 오후 서울 한국기원과 중국 저장(浙江)성 핑후(平湖)시 특별 대국장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14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 4강에서 변상일 9단이 탕웨이싱 9단을 꺾었고, 신진서 9단은 리쉬안하오 9단에게 패했다.
변상일 9단은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으나 우상변에서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 역전에 성공했다.
초반까지는 변상일 9단이 잘 두었지만 하변에서 탕웨이싱 9단의 흑돌들을 공격하다가 실수를 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백집이던 하변에서 흑이 온전히 살아 승률 그래프가 차츰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좌변 일대에 흑이 큰 모양을 만들고 우상변까지도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탕웨이싱의 필승 국면이 됐다. 흑의 승률 그래프는 98%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흑이 결승점에 골인하기 직전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탕웨이싱이 승부를 서두르면서 우상변에서 파란이 일어났다. 우상변에 치중한 흑 141이 패착이었다. 끝내기를 하면서 간단히 정리만 하면 됐는데 흑이 무리하게 백을 추궁하면서 판이 복잡해졌다. 백이 빵때림을 하면서 우상변이 상전벽해가 됐다. 결국 상변에서 패가 났고 백이 패를 이기면서 상변 흑돌을 잡은 것은 물론, 죽었던 좌상변 백이 다 살아나 역전에 성공했다. 262수 끝 백 불계승.
8강에서도 역전 반집승으로 4강에 올랐던 변상일 9단은 4강에서도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변상일 9단은 2021년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에서 우승 컵을 차지했지만 메이저 세계 대회 결승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국 후 인터뷰에서 변상일 9단은 “첫 메이저 세계 대회 결승 진출이라 너무 좋다”면서 “초반부터 계속 나빴고 전체적으로 계속 좋지 않았는데 나중에 상대가 빵따냄을 주면서 대변화가 일어나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에서 만나는 리쉬안하오 9단에게는 연패 중인데 잘 준비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신진서 9단은 중국 랭킹 2위 리쉬안하오 9단에게 170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새로운 신형 포석이 나오며 초반 우세를 이끌었던 신진서 9단은 중반 축머리를 둘러싼 중앙 공방 끝에 벌어진 전투에서 수읽기 착각(흑 73)을 범한 이후 일찌감치 비세에 빠졌다. 이후 우하변에서 백돌 공격에 마지막 승부를 걸었지만 백이 타개에 성공하자 돌을 던졌다.
현재 커제 9단보다 더 실력이 좋다고 인정받는 리쉬안하오 9단은 인공 지능 일치율이 85%에 달할 정도로 인생 바둑을 두면서 입단 후 첫 세계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만날 변상일 9단에게 상대 전적 3승 1패로 앞서 있다.
결승은 3번기로 진행되며,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중국바둑협회가 주최하고 춘란그룹이 후원하는 제14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의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5회, 덤 7집 반이 주어지며 우승 상금은 15만 달러(약 2억 원), 준우승 상금은 5만 달러(약 6500만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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