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바둑리그] 시간, 계시기, 그리고 김지석··· 두 번의 시간패, 세 번의 비디오 판독

신해용 선임기자 승인 2023.03.24 09:06 의견 0

이번 시즌 유난히 김지석 9단과 계시기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다. 전반기에 이미 한 번의 시간패(2월 16일 변상일 9단)를 당했던 김지석 9단이 후반기 들어 세 경기 연속 계시기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 9일 울산고려아연과의 경기에서 착점을 하고도 시계를 누르지 않는 바람에 다 이긴 경기를 내주었다. 또 그 다음 셀트리온과의 경기 때는 누른 시계가 멈추지 않아 비디오 판독을 거친 후 대국이 속개돼 심재익 6단에게 재역전승을 거뒀다.

김지석 9단과 박영훈 9단의 대국이 시간 초과 문제로 중단된 상태에서 조경호 심판(왼쪽)이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고 있다. 두 대국자도 난감한 상태로 앉아 판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바둑TV]


후반기 들어 두 경기 연속 시계 문제로 고생했던 김지석 9단이 이번엔 하루에 두 번이나 착수 시간 초과 문제로 대국이 중단되고, 비디오 판독을 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3국 박영훈 9단과의 경기에서 김지석 9단이 백 114수를 두고 계시기를 눌렀는데 착점 시간 초과로 시간패가 선언된 것. 비디오 판독 결과 계시기 작동 오류로 판명이 나 대국이 속개됐다.

그리고 박정환 9단과의 에이스 결정전에서도 김지석 9단이 백 76수를 두었을 때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역시 비디오 판독으로 대국이 속개돼 김지석 9단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두 번 모두 유리한 바둑이어서 김지석 9단에게는 다행이었지만 상대 대국자들은 리듬이 다 깨진 상태에서 다시 대국을 해야 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번 시즌에 다섯 번이나 시간 초과 문제가 발생한 김지석 9단은 착점 타이밍을 좀 빠르게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두 번의 대국 중단으로 대국을 하는 선수와 팀, 그리고 시청자들까지 모두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이날 경기의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 자신에게만 많이 일어난다면 이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시계 점검 및 시간패에 관한 규정 문제도 꼭 손을 봤으면 한다"라고도 했다.

23일에 열린 2022-2023 KB바둑리그 수담리그 7라운드 2경기는 우여곡절 끝에 바둑메카의정부가 수려한합천에게 3:2로 승리를 거두었다.

수려한합천이 김진휘 6단과 박정환 9단의 승리로 2:0으로 앞서 갔지만, 바둑메카의정부가 3~5국을 모조리 가져가며 역전승을 거두었다.

수려한합천의 김진휘 6단은 설현준 8단에게 23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었다. 대국 내내 서로 리드를 주고받으며 접전을 벌이다 막판 설현준 8단이 유리한 바둑을 우변에서 스스로 무너지며 김진휘 6단이 재역전승했다.

대국 내내 치고받았던 김진휘 6단(왼쪽)과 설현준 8단. [한국기원]


바둑메카의정부의 이원영 9단은 박정환 9단을 맞아 중반까지는 잘 싸웠지만 노련한 박정환 9단의 마무리에 후반 역전을 허용하며 197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원영 9단(왼쪽)이 박정환 9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날 패배로 상대 전적 5전 5패를 기록했다. [한국기원]


바둑메카의정부는 김지석 9단이 박영훈 9단에게 승리를 거두며 패전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지석 9단은 초반 좌변에서 박영훈 9단의 흑 모양이 무너지며 리드를 잡은 이후 끝까지 우세를 잘 지켜 승리했다.

바둑리그에서만 150승 이상을 기록한 관록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김지석 9단(왼쪽)과 박영훈 9단의 대국 모습. 시간 문제로 대국이 중단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 박영훈 9단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기원]


한 판을 따라붙은 바둑메카의정부는 문민종 6단이 정규 리그 경기에 두 번째 출전한 유오성 7단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에이스 결정전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문민종 6단(오른쪽)이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한 중요한 승점을 올렸다. 상대는 유오성 7단. [한국기원]


바둑메카의정부는 이번 시즌 다섯 판의 에이스 결정전을 치렀지만 모두 졌고, 수려한합천 역시 5번의 에이스 결정전에서 3승 2패를 기록했다.

에이스 결정전에는 양 팀 주장인 김지석 9단과 박정환 9단이 나섰다. 지난 전반기 경기에서도 에이스 결정전에서 만났던 두 선수는 당시 박정환 9단이 승리를 거두었다. 김지석 9단은 에이스 결정전 2전 2패, 박정환 9단은 2승 1패의 성적.

이날은 중반까지 서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박정환 9단이 약간 앞서는 형세로 경기는 진행됐다. 실리는 김지석 9단의 백이 앞서지만 박정환 9단은 세력이 좋았다. 승부의 변수는 흑의 세력이 얼마나 집으로 되는지와 함께 미생인 좌하 백 대마의 타개였다.

하지만 박정환 9단이 좌하에서 호구를 치며 백의 안형을 뺏으려 한 흑 105가 실착이었다. 이 곳에서 최상의 자리는 백 108이 두어진 곳이었다. 이 수로 백이 크게 살게 되면서 바둑은 바로 역전됐다. 그리고 끝끼지 김지석 9단이 리드를 잘 지켜 에이스 결정전 첫 승리와 함께 팀의 승리도 마무리했다.

에이스 결정전에서 또다시 대국이 중단되자 난감한 표정으로 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김지석 9단(왼쪽). 경기는 속개됐지만 박정환 9단의 몰입도는 평소와 달라 보였다. [바둑TV]


바둑메카의정부는 전반기 패배를 설욕하면서 승점 19점(5승 6패)으로 단숨에 리그 2위로 뛰어 올랐다. 수려한합천은 승점 1을 보태 승점 18점(6승 5패)으로 4위를 지켰다.

24일에는 일본기원과 울산고려아연이 수담리그 7라운드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사카이 유키-홍무진(0:0), 히로세 유이치-최정(0:0), 후쿠오카 고타로-신민준(0:0), 오니시 류헤이-윤준상(1:0)의 순서다(괄호 안은 상대 전적). 전반기엔 울산고려아연이 3:1로 이겼고, 같은 대국자 간 리턴매치는 없다.

2022-2023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이다. 사상 첫 양대 리그(난가리그-수담리그)로 운영하는 정규 시즌은 각 리그의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른다. 매 경기의 승점은 4:0 또는 3:1로 승리할 시 3점, 3:2로 승리할 시 2점, 2:3으로 패할 시 1점이다. 상금과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 팀에는 1200만 원, 패한 팀에는 600만 원의 대국료를 차등 지급한다(해외 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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