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칠궁, 왕의 어머니가 된 일곱 후궁'을 개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조선 후기 왕실 의례 변화상을 조명한 특별전 '칠궁, 왕의 어머니가 된 일곱 후궁'을 개최한다.

청와대 영빈관 서쪽에 있는 칠궁(七宮)은 조선시대 왕이나 왕으로 추존된 인물을 낳은 후궁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다.

칠궁은 대빈궁, 육상궁, 경우궁, 저경궁, 연호궁, 선희궁, 덕안궁을 통칭한 것으로, 영조를 낳은 숙빈 최씨의 사당인 육상궁이 먼저 들어선 뒤 1908년 전국 각지에 흩어진 사당을 모으면서 칠궁이 됐다.

왕의 생모지만 왕비는 되지 못한 후궁 7명의 삶과 그들의 마지막 거처인 칠궁을 통해 조선 후기 왕실 의례의 변화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최근 선보인 기획전 '칠궁, 왕의 어머니가 된 일곱 후궁'은 칠궁과 관련한 장서각 소장 문헌 자료를 모은 자리다. 영조·정조·순조를 거쳐 대한제국까지, 후궁의 왕실 제사 위상 변화를 재조명하는 최초의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칠궁의 역사적 흐름을 총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눠 구성했다.
▲1부 육상궁(영조의 친모 숙빈 최씨의 사당)- 영조의 사모곡 ▲2부 저경궁(원종의 친모 인빈 김씨의 사당)과 대빈궁(경종의 친모 희빈 장씨의 사당)- 궁원제의 명암 ▲3부 연호궁(진종의 친모 정빈 이씨의 사당)과 선희궁(장조의 친모 영빈 이씨의 사당)- 정조의 의도된 선택 ▲4부 경우궁(순조의 친모 유빈 박씨의 사당)- 순조의 애도 ▲5부 덕안궁(영친왕의 친모 황귀비 엄씨의 사당)- 궁원제의 쇠락 등이다.

보물 '영조어필-숙빈최씨사우제문원고(英祖御筆-淑嬪崔氏祠宇祭文原稿)'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영조가 1726년 11월 6일 숙빈 최씨의 생신을 맞아 올린 제문 원고인 보물 '영조어필 - 숙빈최씨사우제문원고'를 포함해 총 60점의 자료를 소개한다.

칠궁과 관련한 자료는 1964년 국가유산청의 전신인 문화재관리국의 창경원사무실로 이관된 뒤 장서각사무소를 거쳐 1981년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옮겨졌고, 현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장서각에서 보관하고 있다.

전시는 영조의 '사모곡'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영조는 후궁 출신인 친어머니 숙빈 최씨의 사당과 무덤을 궁원(宮園)으로 격상하기 위해 노력했고, 관련한 제도와 의례를 기록한 '궁원식례'(宮園式例)를 편찬하기도 했다.

의례를 보완하는 과정도 눈에 띈다.

장서각은 "궁원식례 원편(原編)에서는 숙빈 최씨를 '사친'(私親)으로 칭했으나, 보편(補編)에서는 '선자친'(先慈親)으로, 정본(定本)에서는 '선비'(先妣)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1753년 육상궁에 시책(諡冊, 생전의 덕행을 칭송한 글을 실은 책)과 시인(諡印, 시호를 새긴 도장)을 올리는 과정을 정리한 '육상궁 상시책인의', 4대 고조까지의 가계도를 담은 '팔고조도' 등이 함께 공개된다.

숙종(재위 1674∼1720)의 후궁이자 경종(재위 1720∼1724)의 생모인 희빈 장씨의 신주를 모신 대빈궁과 관련한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 후기 국가 제사의 변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제물등록' 등에는 희빈 장씨의 제사를 '대빈방'(大嬪房) 또는 '대빈묘'(大嬪墓)로 기록하고 있다.

장서각 관계자는 "'정조실록'에 따르면 1791년 대빈의 제사는 저경궁보다 낮추는 수준으로 정비됐고 백폐(白幣, 제례에서 신위에 올리는 폐백 중 흰색의 모시로 만든 예물)와 울창주(기장에 향이 좋은 울금초를 섞어 만든 술로 제사에서 강신에 사용)가 없는 방식으로 차등화됐다"고 설명했다.

고종(1863∼1907)의 후궁이었던 황귀비 엄씨는 세상을 떠난 뒤 궁원제에 따라 예우받았으나, 일제강점기에는 이왕직이 왕실 의례를 관장하게 된다.

황귀비 엄씨의 상례 절차 일부를 정리한 의궤, 1929년 육상궁 영역에 포함된 덕안궁까지 담은 칠궁의 배치 상황을 담은 약도 등이 관람객에 소개된다.

장서각 관계자는 "칠궁에 깃든 인물의 삶과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돌아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6월 26일까지 계속되며,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